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남초에서 ‘또래 권리 지킴이단’ 학생들이 아동 권리 교육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권리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 제공
- 광주 ‘또래권리지킴이단’
초등학교 3곳 4~6학년생 30명
마을지도 그려 개선할 곳 표시
영상 첨부해 우선순위도 정해
지난달 구청에 바꿔달라 요구
“아동권리 가로막는 문제점들
하나씩 해결할 때 기분 좋았다”
“마을 환경에 책임감 느낀다”
참여학생들 자부심 무럭무럭
광주 지역 3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30명으로 구성된 ‘또래권리지킴이단(지킴이단)’은 올해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냈다. ‘우리 마을’을 잘 살펴, 또래 친구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친아동’ 마을로 개선할 수 있는 ‘임무’가 부여되면서다. 지난 3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와 광주 서구청이 손잡고 학생들을 선발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시민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부여된 임무는 ‘마을 살펴보기’였다. 학교와 집은 물론, 일상적으로 오가는 도로와 상가, 학원 등이 어디에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마을 지도를 만들었다. 아이 시선으로 볼 때 좋은 공간, 나쁜 공간도 표시했다. 자연스럽게 ‘개선할 점’이 파악됐다. 7∼8월 여름방학 기간에도 활동은 계속됐다. 학생들은 함께 어울리며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부분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수집했다. 우선순위도 정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또래권리지킴이단’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우리 마을 모형’은 다니기 불편하거나 위험한 지역을 표시하고 개선점을 찾는 데 활용된다.
대부분은 어른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불편한 것들이었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이나 몸이 불편한 친구들의 어려움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학교 근처 도로에 인도가 없고, 양옆에 차가 너무 많이 주차돼 있어서 길을 지날 때 위험해요” “육교가 계단으로만 이루어져 장애아동이 건너기 어렵고, 육교 근처 횡단보도가 멀어 육교 아래로 무단횡단을 많이 해요” “학교 앞 금연구역에서 어른들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괴로워요” “학교 후문에 불법 주정차된 차가 많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해요” “○○어린이집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고, 차가 빠르게 지나가서 무서워요” “학교 정문으로 들어오는 차와 사람의 동선이 겹쳐 지나갈 때 위험해요”.
학생들이 정리한 개선 사항들은 지난 달 서구청에 전달됐다. 서구청은 현실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광주아동옹호센터 담당자 권다은 씨는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돕는 ‘의무이행자’”라며 “‘신호등이 없어 길을 건너기가 위험하다’는 아이들의 제안에 어른들이 신호등과 표지판을 설치하면 아이들은 안전운전 캠페인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킴이단 활동으로 아이들은 마을에 대한 애정은 물론, 스스로 권리를 찾고 의무를 이행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또래들과 어울려 함께 ‘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몸도 마음도 성장해 갔다. 화정남초교 김화빈(12) 학생은 “동생이 다니는 학교 앞에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고, 하수구 뚜껑이 흔들려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직접 우리 마을을 살펴보고, 마을 아이들을 대표해 개선점을 어른들에게 건의할 수 있어 굉장히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극락초교 강찬(12) 학생도 “마을의 위험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 학교 친구들과 함께 권리캠프를 했던 것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광주서초교 홍채민(12) 학생은 “아동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때 제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광주서초교 담당교사인 박일우 교사는 “학생들이 교과 공부가 아닌 삶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뻤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킴이단 학생들은 개학을 하는 대로 학생들을 상대로 친아동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극락초교 정석 교사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과도 연결돼 있어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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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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