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파장>北발사 초기 정보는 韓·낙하 시점은 日 우위

- 국방부 ‘티사’ 대체 밝혔지만 정보공백 우려

정찰위성정보 등 교환했지만
독자적 첨단정보 확보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시간 소요될듯

파기 반대한 軍 반발가능성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3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설명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기존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이 있기 때문에 정보 공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서는 일본의 우월한 위성 능력 등을 기초로 한 시긴트(SIGINT·신호정보) 획득 실패로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막판까지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군 내부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23일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기존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미국과의 연대를 더 긴밀히 해 정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실제로 정 장관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30여 분간 이뤄진 에스퍼 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우리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일본이 무성의한 태도로 나와 불가피하게 종료 결정을 하게 됐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이에 에스퍼 장관이 정보 제한 등의 우려를 표명했으나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을 통해 정보교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매개로 한 간접교환 방식인 티사로는 위기 발생 시 기민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정 체결 후 초기에는 양측이 공유한 정보의 질이 낮았으나 최근 북한의 신형 미사일 도발 등으로 정보의 가치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였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초기 발사 시점과 고도에 대한 정보는 한국이 앞서지만 지구의 곡률(曲率)로 인해 요격의 핵심이 되는 낙하 시점과 선회 비행에 대한 정보는 일본이 우위에 있다.

북한이 최근 다양한 신형 미사일 및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기에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얻는 정보로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일본과 어렵게 지소미아를 맺은 것인데 불필요하게 안보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지소미아 종료 후 한국 정부가 부담할 정보자산 확보 비용도 문제다. 국방부는 일본 측으로부터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공중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에서 획득한 정보를 받았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독자적으로 첨단 정보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며 “북한의 전력에 대한 정보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