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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6일(月)
톱 배우들이 카메오를 택한 이유… 친해서? 강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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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암살’의 조승우
▲  영화‘사도’의 소지섭
▲  영화‘밀정’의 이병헌
▲  영화‘봉오동전투’의 최민식
영화에 ‘화룡점정’ 찍는 스타들의 깜짝출연

‘봉오동 전투’의 홍범도 장군役
최민식, 배역의 상징성에 수락

‘암살’에서 김원봉 역할 조승우
대사 한 마디로 묵직한 존재감

‘사도’에서 정조 연기한 소지섭
감독“그의 눈에서 슬픔 느껴져”

포스터엔 이름조차 안나오지만
“시나리오 맘에 든다” 출연 수락


일제강점기, 최초로 승리한 항일무장투쟁의 역사를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이미 4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눈으로 확인한 이 영화의 화룡점정을 찍는 배우는 따로 있다. 극 초반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다가 막바지에 실체를 드러내는 홍범도 장군 역으로 깜짝 출연한 최민식이다. 찬찬히 되새겨 보면, 역사적 사실을 다룬 굵직한 영화 속에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참여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왜 영화 포스터에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는 영화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했을까?

◇존재감과 상징성의 결합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징성이 가장 큰 배우가 맡았으면 했다”던 원신연 감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최민식을 떠올린 후 시나리오를 건넸다. 최민식의 출연 분량은 극히 적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에 반해 흔쾌히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봉오동 전투가 끝난 이후 다음 행선지를 묻는 황해철(유해진)의 질문에 홍범도는 답한다. “청산리.” “짧은 순간의 등장으로도 봉오동 전투 전체를 관통하고 지배하는 힘이 느껴져야 했다”는 원 감독의 바람은 이 한 마디로 증명됐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영화 ‘암살’과 ‘밀정’에는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무장투쟁단체인 의열단과 이 단체를 이끄는 의열단장인 약산 김원봉이 등장한다. ‘암살’에서는 배우 조승우가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라는 대사와 함께 묵직한 존재감을 전했다. ‘밀정’에서는 김원봉이 아닌 정채산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 의열단장 역을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사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자와 그의 아버지인 영조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뒤주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은 아비를 지켜봐야 했던 세자의 아들, 정조 역시 이들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역사적 인물이다. 영화의 말미에 잠시 등장하는 이 중차대한 역할은 배우 소지섭이 소화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카메오는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주는 하나의 이벤트이자 선물”이라며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인물을 갑자기 만났을 때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상징성 있는 캐릭터에 존재감이 큰 배우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연 기준? 친분 혹은 명분

최민식, 이병헌, 조승우, 소지섭. 충무로에서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며 웬만한 작품의 주연으로도 캐스팅하기 어려운 배우들이다. 게다가 주연작 외에는 홍보 차원의 예능 출연도 꺼리는 이들이다. 카메오 출연도 드물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친분’은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다.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은 조승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타짜’의 감독이다. 김지운 감독 역시 ‘밀정’을 연출하기 전 ‘달콤한 인생’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최민식의 경우 원 감독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봉오동 전투’의 제작자가 최민식에게 역대 최고 흥행 영화라는 선물을 안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가(大家)의 만남에 단순히 ‘친해서’는 없다. 친분을 앞서는 덕목은 그들이 출연해야 할 명분이다. 친하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작품에 무작정 연기력을 낭비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영화 ‘내부자들’ 촬영 중 짬을 내 ‘암살’에 카메오로 참여했던 조승우는 “‘암살’은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시나리오가 재미없었으면 안 했다”며 “최 감독님이 ‘이런 역할인데 (조)승우가 꼭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셨는데, 다 읽고 난 후에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 중에 제일 재밌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헌의 ‘밀정’ 참여 역시 김 감독이 아니라 ‘밀정’의 제작사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병헌 측에 먼저 참여를 제안했다.

이준익 감독의 경우 소지섭과 인연이 없다. ‘사도’의 개봉 당시 이 감독은 “소지섭을 추천받은 후 그의 눈을 상상했는데,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인다. 영조(할아버지)가 사도(아버지)를 뒤주에 가둬 죽인 비극을 어린 시절 목격한 정조의 슬픔과 아픔을 잘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부담을 느껴 몇 차례 이 제안을 고사하던 소지섭은 삼고초려한 이 감독에게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건 출연료를 받지 않는 ‘노 개런티’ 참여였다. 좋은 시나리오에 의미있게 참여하고 싶었던 그의 깊은 뜻이 담긴 결정이었다.

카메오 출연을 결심한 그들의 작품보는눈은 정확했다. ‘암살’, ‘밀정’, ‘사도’는 각각 1270만, 750만, 624만 관객을 동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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