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소변기 칸막이 없어” “계단폭 달라 꽈당”… 불편한 학교이야기‘봇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지역 초등학생들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의 ‘우리만 아는 아! 풋! 흑! 흥!’ 환경 에피소드 공모전에 보내온 사연들. 체육관이 없어서, 학교 앞 신호등이 꺼져서, 교실 바닥에 가시가 있어서 불편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우리만 아는…’ 환경에피소드 공모

경남 45개校서 441건 접수
50건, 개선지원 사례로 뽑혀
학급에 20만원대 물품 제공

‘관리 부실’ 화장실 민원 최다
“양변기 저학년 쓰기엔 불편”

“남자애들이 볼일 보고 있는 게 다 보였어요. 제발 남자 화장실에 칸막이 좀 설치해주세요.”
“교실 바닥에 넘어졌는데 큰 가시가 무릎을 찔러 병원에 가야 했어요.”
“층마다 계단 높이와 폭이 다 달라요.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넘어질 때가 많아요.”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고 집에 갔어요. 튼튼하고 안전한 양심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가 지난 7월 경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리만 아는 아! 풋! 흑! 흥!’ 환경 에피소드 공모전에 선정된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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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모전은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환경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열렸다. 어른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나’를 슬프게 혹은 화나게 했던 학교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총 45개 학교에서 441건의 에피소드가 접수됐다. 센터는 이 중 50개를 환경 개선 지원 사례로 선정했다. 센터 정소영 대리는 “현장의 목소리는 학교가 안전하고 깨끗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사생활 보호와 배려가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아이들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남아동옹호센터가 지난 2017년 창원지역학부모네트워크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아이들의 비슷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경남지역 21개 초등학생 6646명을 대상으로 ‘학교 안 시설이나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37%가 ‘놀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세요(15.4%)’ ‘가고 싶은 화장실로 바꿔주세요(13.1%)’ ‘학교에서 사용하는 시설, 물건을 바꿔 주세요(11.9%)’ 등 순이었다.

센터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학급별로 각자가 요구하는 학교환경 물품(20만 원 상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요구가 가장 많았던 것은 정수기였다. 청소도구(빗자루·대걸레 등), 남자화장실 용품(문·잠금장치·소변기 칸막이 등), 교실 매트, 화장실 휴지, 화장실 악취 제거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어른인 교사나 학부모들은 사용하지 않는, 그래서 상태 확인이 잘 안 되는 화장실에 대한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은 “소변기 칸막이가 없어 부끄러워 화장실을 가지 못해 집에 달려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5학년 학생은 “학교 양변기는 저학년 학생들이 쓰기엔 불편하다”고 말했다. “남자 화장실 문이 유리여서 지나만 가는데도 다 보인다. 여학생들이 지나가다 의도치 않게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정말 힘들게 살고 있다”고 토로한 중3 남학생도 있었다.

정 대리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칸막이 없는 어린이 공중화장실도 인권침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 어떤 공간보다 아동 친화적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설 학교를 제외하고는 지역 내 학교 대부분의 화장실 출입구가 개방돼 있거나 소변기 칸막이가 없는 것으로 센터는 보고 있다. 학교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칸막이를, 대변기 칸 안에는 휴지걸이 등을 설치해야 한다. 강 대리는 “학교는 학습공간이자 생활공간”이라며 “아동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가장 큰 발달을 이루는 시기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인 만큼 지역사회에 이를 지속적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오는 10월 ‘아! 풋! 흑! 흥! 토크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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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