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40분, 여의도·판교 10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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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2시간 시행 이후…‘직장인 근무시간 변화’ 살펴보니

- 고용부, KT·비씨카드와 조사

‘주52시간’ 미시행 中企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되레 증가

수도권 지역 직장인 전체는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들어

여가·자기계발 카드 사용액
1년전 보다 18% 이상 늘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수도권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감소하고 여가·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카드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화문 지역 직장인들은 40분 정도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중소기업이 밀집한 금천구의 가산디지털단지는 0.6분 증가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대기업은 규정을 잘 지켜 근로자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혜택을 보고 있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11일 KT와 비씨카드에 의뢰해 직장인이 많은 서울 광화문·여의도·가산디지털단지와 경기 판교 지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의 근무시간과 출퇴근 시간, 여가활동 관련 소비지출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대상 지역 중 광화문(종로구)은 다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여의도(영등포구)는 금융 업종이, 판교(경기 성남)는 정보기술(IT)·게임 업종이, 가산디지털단지(금천구)는 중소·벤처 기업이 분포돼 있다.

분석 결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도입된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에서 근무시간이 39.2분(605분→565.8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지역 중 근무시간 감소 폭이 가장 크다. 반면 조사 기간 중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되지 않은 중소기업이 주로 포진한 가산디지털단지에서는 근무시간이 오히려 0.6분(586분→586.6분) 증가했다. 금융 업종이 다수 분포한 여의도와 IT 대기업이 주로 분포한 판교에서는 각각 9.9분(626.3분→616.4분)과 9.7분(550.3분→540.6분) 줄어들었다. 지난해 3∼5월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올해 3∼5월을 비교한 결과다. 평균 근무시간은 전 연령대에서 10분 이상 고르게 감소했다. 업무량이 많은 40대에서 근무시간이 15.8분 감소, 근무시간 단축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14.1분, 20대는 11.8분, 근무 시간이 가장 짧았던 50대는 10.2분 감소했다.

고용부는 서울지역의 여가·문화·자기계발 업종의 이용액 변화도 분석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인 2017년 8월∼2018년 5월과 시행 후인 2018년 8월∼2019년 5월의 비씨카드 이용액 증감을 비교한 결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카드 이용액은 평균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업종 이용액이 9.2% 증가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가·문화·자기계발 업종은 △영화·공연 △스포츠·레저 △여행 △학원 △골프 업종 오프라인 매출이 기준이 됐다. 서울시 지역별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이용액은 5.3% 감소한 종로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항공·여행 업체가 많은 강서구에서 129.4%(여행 업종 매출만 252.2%) 증가했다.

직장인 밀집 4개 지역 기준 카드 이용액은 헬스클럽, 테니스, 수영, 볼링을 포함한 스포츠·레저 업종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의도는 스포츠 레저 업종에서 이용액이 103.5% 증가했고, 판교에서는 골프 업종 이용액이 93.8% 증가했다. 광화문에서는 여행 업종 이용액이 56.5%, 가산디지털단지에서는 학원 업종이 84% 증가해 각각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활용 기법으로 진행됐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근무시간 변화를 분석한 KT는 자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기지국과 교환하는 신호로 측정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정보를 기준으로 ‘직장인’을 선정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여가활동 매출액 분석은 비씨카드 사용액을 기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