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1.23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시론-황성준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6일(月)
이완용의 독립문, 문재인의 新자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황성준 논설위원

독립문 건립 주역이던 이완용
친일 매국노 전락 교훈은 선명
공허한 자주·독립은 망국의 길

反淸 독립이 反日로 방향 바꿔
韓美동맹 균열은 안보 흔들어
文대통령이 美 여론 설득해야


이완용이 애초부터 친일매국노였던 것은 아니다. 청나라 조공국이 아닌 독립국을 꿈꾼 반청(反淸)·친미(親美)파였다. 그런데 정세에 어둡고 지피지기(知彼知己)도 못 한 자주·독립론의 종점은 일본 식민지였다.

“독립을 하면 나라가 미국과 같이 세계에 부강한 나라가 될 터이요, 조선 인민이 합심을 못하여 서로 싸우고 서로 해하려고 할 지경이면 구라파에 있는 폴란드란 나라 모양으로 모두 찢겨 남의 종이 될 터이다. 미국같이 독립이 되어 제일 부강한 나라가 되든지, 폴란드 같이 망하든지 사람 하기에 있는지라. 조선 사람은 미국같이 되기를 바라노라.”

이완용이 1896년 11월 21일 독립문 정초식에서 한 연설 내용이다. 이완용은 독립협회 사무위원장으로서 독립문 건립에 앞장섰으며, 그 후 독립협회 제2대 회장이 된다.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청나라와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하는데, 제1조가 ‘청국은 조선 종주권을 영구히 포기하고, 조선의 완전한 해방을 승인한다’이다. 일본 배려로 ‘독립’한 뒤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프랑스 개선문을 본떠 독립문을 지었다. 일본도 음양으로 지원했는데, 한반도 지배를 위해 중국 영향력 제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조선 병탄 이후에도 독립문을 그냥 내버려 둔 것 역시 그런 연유에서다. 정초식에서 배재학당 합창단은 ‘이백여 년 병자지치(丙子之恥)/ 오늘이야 씻는구나’라는 독립가를 불렀다. 서재필 등 많은 인사도 자주독립국을 세우려는 ‘좋은 의도’에서 앞장섰다.

국제정치에서 힘(power)은 공백을 싫어한다. 독립문 완공 한 달 전 조선은 국명을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왕을 황제라 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힘도 동맹도 없으면서 독립을 유지한다는 것은 당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다. 중국의 공백을 일본과 러시아가 차지하겠다고 달려들었고, 러일전쟁으로 일본의 독무대가 됐다. 역사는 그대로 재현되진 않지만,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다. 역량과 정세를 냉철히 파악하지 못하고, ‘좋은 동맹’과 ‘나쁜 동맹’을 구분하지 못해 망국의 길을 자초했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불행히도 문재인 정부 들어 그런 역사가 반복되려 한다. 다만, 반중(反中)·친일(親日) 독립이 ‘반일·친중’ 자주로 그 방향만 뒤집혔을 뿐 본질은 흡사하다. 19세기 말 동북아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흔드는 ‘현상변경세력(revisionist power)’은 일본이었다. 당시 청나라와 연대했더라도 일본을 저지하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사실상 망한 중국이 떠났다고, 그것도 일본의 축복 속에서 자축하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국제 흐름에 얼마나 몽매했는지를 말해준다.

현재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의 현상변경세력은 중국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거론될 정도로 미·중 패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문 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면서, 일본에는 각을 세운다. 중국이 사드 문제로 윽박지르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불참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사드 3불(不)’ 약속을 해 줬다. 그러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을 하는 등 일본에는 강하게 나가고 있다. 최악의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에는 한없이 굽실거리고, 북한·중국·러시아의 3각 체제 강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반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는 멀어지려 한다. 심지어 미국이 동북아 안보 체제 수립을 위해 ‘보증’하다시피 한 1965년 한·일 기본협정조차 존중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곧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자세로는 한·미 불신을 미봉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비용’ 문제로 생각한다면,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가치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의회와 행정부는 물론 미국민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자칫 잘못되면,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져 동맹 균열을 더 키울 수 있다. 한·일 관계 ‘비수’인 징용배상도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약화하고, 중국·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자주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120여 년 전 이완용의 독립문 건립과 다를 바 없다.
[ 많이 본 기사 ]
▶ 박항서 감독 ‘발끈’하게 한 태국 코치, AFC에 제소당해
▶ 문재인式 직접민주주의 위험하다
▶ 암투병 김우빈 “여러분 응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 무면허 음주운전 고교생, 포르쉐와 ‘쿵’··· 수리비만 1억5천..
▶ 손담비 “연기 시작하고 악플 시달리지 않은건 처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협정종료 통보 효력정지·WTO 제소절차 정지”…文대통령 임석 NSC 상임위서 결정지소미아 종료 6시간 앞두고 발표…한일 수출규제 관..
ㄴ 靑,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WTO 제소절차도 정지”
ㄴ 외신, 지소미아 종료 연기 신속보도…‘美 압박 영향’ 분석
숨진채 발견된 실종여성 유족 “경찰, 머리 못 찾은..
한일 외교장관 오늘 회담…정상회담 개최 논의할 ..
류현진-김광현 선발 맞대결, 미국 빅리그서 성사될..
line
special news 빅히트 유산슬…실험 거듭하더니 맞춤옷 찾은 유..
“트로트 재발견 트렌드 속 김태호-유재석 콤비 부활”신인(?) 주제에 게릴라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는가..

line
문재인式 직접민주주의 위험하다
박항서 감독 ‘발끈’하게 한 태국 코치, AFC에 제소..
‘별장 성접대 의혹’ 규명 못한 1심…‘만시지탄’으로..
photo_news
암투병 김우빈 “여러분 응원 덕분에 이겨낼 수..
photo_news
‘기생충’ 청룡영화상 작품상 등 5관왕…정우성..
line
[Review]
illust
‘용퇴·쇄신론’ 불 지핀 任·金… 최장수 재임속 ‘스캔들’ 아베
[Interview]
illust
“日과 맞붙을 탄탄한 소·부·장 확보하려면… ‘R&D 예산 유리천..
topnew_title
number 무면허 음주운전 고교생, 포르쉐와 ‘쿵’··· 수..
고려대 학생들 “조국 딸, 부정입학 명백…입..
“헤일리, 北ICBM 시험발사 때 비번 까먹어..
인헌고 학생들 “문제발언 교사 8명 간접공개..
hot_photo
손담비 “연기 시작하고 악플 시달..
hot_photo
경매 나온 히틀러 부인 모자와 지..
hot_photo
2019 슈퍼모델 대상에 장원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