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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국민 속이는 者가 개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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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범 썸랩 대표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말한다’의 의미는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다는 말과 같다. 공개된 법정에서, 신문 지면에서, 선거에서 맡은 임무에 대해 각각 평가받는다는 뜻이다.

이들이 가진 권한은 국민에게서 넘겨받은 것이다. 굳이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법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김명수 대법원장, 16일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연)거나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받은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조국 법무부 장관, 9일 취임사) 등은 모두 두말할 나위 없는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말한다’는 이들에 대한 국민 평가는 차갑다. 검찰은 막강한 기소 독점권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개혁 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법원은 지난 정부 사법 농단 사건으로 국민 신뢰를 한 움큼 잃었다. 기자를 향해서는 ‘기레기’란 비아냥과 조롱까지 나왔다. 국민의 정치 혐오증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검찰 개혁을 평생 소임이라 자처하는 조 장관이 취임 뒤 피의사실 공표 제한을 골자로 한 공보준칙 개정 시동을 걸었지만, 시끌시끌하다.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조 장관의 과거 행적이 드러날 때부터 그가 추진하는 모든 검찰 개혁의 순수성이 의심받게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로 닥치니 더 안타깝다.

조 장관이 추진하려는 검찰 개혁은 그래서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특히 공보준칙 개정에 대해선 조 장관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그의 주변 수사 때문만이 아니다. 조 장관이 검찰 개혁 방향을 막대해진 검찰권의 견제와 균형으로 잡았다면 더 그렇다.

피의사실 공표를 내세워 국민 알 권리를 제한할 게 아니라 헌법과 그간의 판례가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이 충분히 수사과정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에게 권력을 쥐여준 국민이 검찰을 제대로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다.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수사가 검찰 개혁에 반발한 수구(守舊) 검찰의 구태인지, 범죄 혐의를 추적해 거악을 척결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소 전까지는 말하지 말고 수사만 하라”고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처럼 망신주기식 정치공작이 횡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 권한을 나누게 될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마찬가지다. 권한을 과도한 충성경쟁용으로 오용하지 못하도록 수사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견제와 감시를 철저히 받도록 해야 한다.

검찰의 과거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 권력을 넘겨준 건 국민이고 검찰 개혁의 주체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행위는 그 어떤 개혁보다 앞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권 주요 인사 주변 비위를 수사하는 검찰을 개혁 수술대에 올리는 걸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을 거짓말로 기만하는 자들부터 가려내야 한다. 그게 실세 장관이든, 누가 됐든 간에 말이다.
e-mail 장석범 기자 / 썸랩 / 차장 장석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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