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핵시설 ‘실질적 폐기방안’이 협상 관건

美의 北체제 안전보장 수준
北 전향조치없인 변화 요원

전문가들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한·미의 대북 체제보장 구체안을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28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의 실질적 폐기와 ‘플러스 알파(+α)’가 무엇일지가 향후 미·북 실무협상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2016년 공화국 대변인 성명으로 5대 비핵화 조건과 체제 안전보장 요구를 내걸었는데, 당시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도 5대 요구 중 하나였다”면서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이 안전보장이나 제재 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대해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기본 입장을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언급한 ‘새로운 방식’에 대한 상세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진 종전선언 외에 미국의 대북 불가침 및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소 등이 방안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크다. 박 교수는 “한국이 말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안전 보장은 ‘미국의 불가침 선언’ 정도”라면서 “하지만 이 또한 북한의 비핵화가 담보될 때 이뤄져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르면 9월 말 개시되는 실무회담에서 어떤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가 향후 협상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체제보장 방안을 논의하더라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거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이 열린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앞에 언제나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에서 “한·미가 먼저 대북제재 해제 입장을 밝히면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주·김현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