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트럼프 용단 기대”… 폼페이오 “만날 날짜 못잡아”

金 “美, 先핵포기 주장 여전
북·미회담 전망 밝지 못하다”
트럼프 감각·결단력은 칭찬

폼페이오 “전화벨 기다린다”
미·북, 실무협상 싸고 기싸움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27일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용단’을 촉구했다. 미국에 재차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것으로, 미·북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비핵화 방법과 상응조치 등 핵심 사안을 둘러싸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9월 하순으로 예상됐던 미·북 실무협상이 10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고문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을 비판하면서 “‘선(先)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로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또 한 차례의 조미(북·미)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을 칭찬하는가 하면, “미국의 차후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면서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6일(현지시간)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우리가 함께 만날 날짜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면서 실무협상 개시가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를 받아서 북한 사람들에게 맞는 장소와 시간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면서 대화·협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미·북이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도 협상 가능성은 그대로 열어둔 만큼, 서로 시간·장소·의제가 협의되면 언제든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개최 시기가 10월 초를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재 지속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적당히 관리, 북한의 핵·미사일 중단 국면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1월부터는 미국이 대선전에 돌입하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중으로는 실무협상이 열려야 미·북 협상 동력을 살릴 수 있다”며 “10월이 넘어가면 과거 6자 회담처럼 협상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정철순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