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로봇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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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로봇 경찰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파크시 경찰은 지난 6월부터 순찰 로봇을 운용하고 있다. 헌팅턴의 H와 파크의 P를 따 ‘HP 로보캅’이라 명명된 이 로봇은 키 152.4㎝, 무게 136㎏이며 시속 4.8㎞로 이동한다. 이름은 로보캅이지만, 세계 액션 영화 팬을 매료시켰던 영화 ‘로보캅’에 나오는 사이보그 경찰보다는 ‘스타워즈’의 R2-D2를 닮았다. 공원을 순찰하며 고해상도 영상을 경찰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간단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불법 행위 경고와 길 안내도 한다. 또, 자동 차량번호 인식 시스템을 통해 분당 300여 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로봇의 모체는 나이트스코프사(社)가 병원·공원 등 공공장소 경비를 위해 개발한 ‘K5’다. 2016년부터 쇼핑몰·주차장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분수대에 빠진 적도 있고, 어린아이 발을 밟고 지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며, 이젠 경찰용으로 사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람이 직접 순찰을 하기 힘든 외진 곳에서 24시간 불평 없이 일한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어린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며, 밤길에 만난 여성들이 무척 반긴다고 한다.

순찰 경찰뿐만 아니다. 미국에선 과속·신호 위반 단속 로봇도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 검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매년 미국 경찰관 4500여 명이 폭행을 당하고, 11명가량이 숨지는데,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로봇을 이미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이 로봇은 차량으로 다가가 도주할 수 없게 스파이크 팔을 바퀴 앞에 내려 막은 다음, 스캐너를 통해 운전면허증을 검사하고 벌금 딱지까지 발급한다. 일정 기간 현장 검증한 뒤 본격 배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운전자들이 인간이 아닌 로봇 경찰과 대면해야 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경이로우면서도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로봇 역할이 확대되면 인간이 설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철학적·실존적 질문 탓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로봇이 대체하기 가장 쉬운 직종이 정치인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있다. 인공지능(AI)에 넣기 어려운‘양심·죄의식’ 등의 기능이 필요 없고, 그저 전투기 등 현대 무기에 장착된 ‘피아식별장치(IFF)’면 충분하기 때문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