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이것이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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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청미

저자는 노르웨이 철학자로, 우리 삶의 일상을 철학적 사유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 왔다. 그가 쓴 ‘지루함의 철학’ ‘노동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은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인간의 감정인 ‘외로움’에 관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치유돼야 할 질병처럼 인식된다. 많은 이가 타인과의 관계 결핍, 소외에서 비롯된 불편함, 괴로움을 호소하는 탓이다. 저자는 이 외로움이 과연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어떤 이가 빠지는지 개인적·사회적 차원으로 성찰한다. 동서고금의 철학·문학서에 언급된 내용과 각종 연구 자료가 그의 사유를 돕는다.

책에는 통념을 깨는 이야기들이 꽤 들어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외로움을 더 겪는 게 아니라는 것, 성별로 볼 때 사회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듯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외로워한다는 것, 소셜미디어가 가족과의 소통을 키웠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외로움은 정서적 방어 기제의 한 요소이기 때문에 병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어떤 감정이나 그렇듯 외로움도 지나치면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탓에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의미 있다.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개인 기질이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작가 데이비스 포스터 월리스는 “외로운 사람들은 남들과 어울려 지내느라 치러야 하는 정신적 비용을 감당하지 않기로 작정한 탓에 외롭게 사는 경향이 있다”고 갈파했다.

저자에 따르면, 외로운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기 얘기를 많이 하고 상대에게 질문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기들의 인정 욕구를 타인들이 무시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외로운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외로움에 대한 자기 책임을 책의 곳곳에서 강조한다.

그는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을 구분한다. 전자는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을 괴롭게 느끼는 것이고, 후자는 자기 내면에 침잠해 자족적으로 지내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철학자와 문학인들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신에게 이르는 방법으로 고독을 찬양했다. 그러나 저자는 고독이 완벽하게 자족적인 것이 될 수는 없으므로 결국 타인과의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 소개된 노르웨이 시인 올라브 하우게의 시구는 다음과 같다. ‘달콤하구나, 고독이란／ 다른 이들에게 돌아갈 문이／열려 있는 한,／결국, 그대는／ 자기 힘으로 빛나지 않는다.’ 256쪽, 1만5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