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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10일(木)
가짜가 난무하는 세계… 그것을 ‘혐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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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 매체의 확산, 객관적 진실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은 진실과 이성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미치코 가쿠타니는 말한다. 게티이미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하루평균 5.9개 거짓말 트럼프
사실에 근거한 정책수립 전무
가짜뉴스發 진실 쇠퇴 불보듯

교육과 언론의 자유 지키는 것
현명한 지도자 선택 위한 기반

민주주의·저항 와해 목표로한
냉소주의는 반드시 거부해야


가짜 뉴스가 일상이 됐다. 손안의 세상 스마트폰, 거기에 깔린 숱한 SNS를 통해 전 국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짜 뉴스를 접한다. 가짜를 판별할 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현대인들은 정치나 종교적 지향에 따라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가짜 뉴스가 증폭되고 확장되는 이유다. 이런 세태를 향해 미국의 문학비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요즘 말로 ‘뼈 때리는’ 말들을 날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거짓과, 그것이 배태한 혐오가 정치, 학계, 문학, 대중문화, SNS 등 세상을 어떻게 변질시키는지 톺아본다.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실의 쇠퇴”(truth decay)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루 평균 5.9가지 거짓말을 한다는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은 더 이상 진실이 발붙일 곳이 없어 보인다. 비이성이 판을 치면서 현재 미국은 이성의 약화는 물론 “사실과 정보에 근거한 토론 그리고 신중한 정책 수립” 자체가 전무하다. 문제는 거짓 뉴스가 전 세계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관련 투표에서 많은 영국인이 거짓 정보에 넘어가 찬성표를 던졌고, 러시아는 유럽 여러 나라의 선거운동에 “허위 정보”(dezinformatsiya)를 유포하고 있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포퓰리즘과 근본주의 물결은 “이성적 논의보다는 두려움과 분노에의 호사가 우위를 차지해 민주주의 제도가 약화되고 전문지식이 대중지성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낳았다.

트럼프는 그 옛날 사업가일 때부터 거짓말이 주무기였다. 그는 “기억하기 쉽고 단순한 표어 같은 어구를 자주 반복”함으로써 “자기 방식대로 현실을 재정의”한다. 이런 말들은 고객 혹은 유권자의 마음에 깊이 박힌다. 문제는 “법질서의 본질을 이루는 언어와 원칙을 가져다 개인적 의제와 정파성으로 오염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 언어와 이상을 독재정치의 언어”로 바꾼 트럼프는, 그 옛날 히틀러가 그랬듯, 미국 헌법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방식의 또 다른 문제는 개인 의견을 표출하던 창구였던 “트위터 메시지”가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선언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을 괴짜에게 순응시키기 위한 의도적 전략일지 몰라도, 트럼프의 메시지는 “전 세계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그는 한 극우단체가 내놓은 반이슬람교 동영상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주변부에 머물던 혐오집단이 주류에 들도록” 거든다. 트럼프가 재선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제 가짜 뉴스는 더욱 확산될 것이고, 혐오는 그에 편승해 견고하게 자리를 잡는 악순환은 거듭될 수밖에 없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트럼프뿐 아니라 러시아의 ‘인터넷 트롤’의 활동에도 주목한다. 인터넷 트롤은 온라인에서 선동적이고 공격적인 댓글을 달거나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게시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러시아에는 “트롤 공장”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회사가 존재한다. 이 회사들은 가짜 뉴스를 만들고 나아가 “가짜 미국 단체에 가입하는 가짜 미국인을 만들어내는 일에도 아주 능숙”하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에 대한 온갖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자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쉽사리 개입하고 트럼프 행정부 1년 차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자, 러시아는 확실히 대담해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생산한 가짜 뉴스가 각종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지고, 그것은 수많은 사람에게 확증편향을 심어준다.

상황이 안갯속인 만큼 저자는 “쉬운 해결책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저자는 먼저, 시민이라면 모름지기 “독재자와 권력에 굶주린 정치인들이 저항을 와해시키기 위해 의존하는 냉소주의와 체념을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미국 건국자들이 민주주의의 지붕을 떠받치기 위한 기둥으로 만든 제도를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즉 교육과 자유로운 언론의 가치만큼은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국민이 정보를 얻어 정치 지도자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해제를 쓴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은 이 책의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문제 제기만큼은 여러 사람이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도 트럼프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통해 자아를 무한 확장하는 사람들, 거짓과 혐오 행위로 이름이 나고 악명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트럼프와 동류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불필요한 시대”를 어떻게 횡단할 것인가. 그 방법을 스마트폰에서 검색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가 혐오해야 할 말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어야 한다. 208쪽, 1만3000원.

장동석·‘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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