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도발 >“文, 민심 몰라도 너무 몰라… 하야 직전 이승만과 비슷”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홍카콜라TV’ 방송실에서 양손을 번쩍 들고 홍카콜라 상황을 설명하며 웃고 있다. 정치 입문 후 ‘정의와 순수를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착용해 온 홍 전 대표는 이날 붉은 셔츠와 분홍색 재킷을 입었다. 김선규 기자

■ ‘홍카콜라 TV’ 홍준표 前 자유한국당 대표

“광화문 집회가 검찰개혁 열망? 자다가 봉창 뚜디리는 현실인식…박근혜보단 나을거란 기대 완전히 무너져”

조국 통해 ‘좌파 민낯’ 알게돼
서초동 집회는 조폭 집단들 행태
범법자 수호대회 유례없어

비례대표제·패스트트랙·박근혜 등
3가지 난제 풀지 못하면
야당, 내년 총선서도 참패할것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전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홍카콜라TV’ 사무실에서 만난 홍 전 대표는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를 ‘조직폭력배의 집단행동’에 비유하며 처음부터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고 진영의 수장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친정인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 대해서도 “이대로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다 쏟아낸 뒤에야 질문에 응했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며 ‘국민탄핵 결정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7일 국론 분열이 아니라며 ‘검찰개혁의 열망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서 ‘절제된 검찰권’ 같은 걸 강조하고 있다.

“경상도 말로 ‘자다가 봉창 뚜디린다’고 하죠.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3일 광화문 집회가 어떻게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인가? 조국 퇴진이 아니라 대통령이 퇴진하라는 뜻이지. 해방 이후 한 자리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모인 적이 있었나 싶다. 예전에 ‘우리나라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한 적이 있다. 현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난 (조국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는 조직폭력배 집단의 행동과 같다고 본다. 원래 조폭들이 두목이나 간부가 잡혀가거나 수사를 당하면 검사들을 음해한다. 내가 검사 때 경험해 본 일이다. 조국과 그 가족은 혐의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도둑놈이 자기를 잡으러 쫓아오는 경찰을 돌아보면서 쫓아오지 말라고 고함치는 것과 똑같다. 조국을 임명하면 정권이 망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가 경고한 적이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의 문제가 됐다.”

―문 대통령도 정치적 판단을 할 텐데 왜 ‘도둑’을 임명했을까.

“근본적으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고 자기 진영의 수장에 불과하다. 자기 가족의 비밀, 권력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조국을 내칠 수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한 말을 듣고 하야 직전의 이승만 대통령을 생각했다. 어디서 보고를 받는지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압수수색을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수사가 예상보다 늘어진다는 평가다.

“검찰 수사가 늘어지는 게 아니라 정권의 저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려움 속에서 잘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수사방해를 하고 있는데도 검찰이 인내하며 대처를 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검찰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있다.

“어느 검찰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칼에는 눈이 없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면 대상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 한국 사회에 양식이 있었다면 검찰이 나서기 전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정치권도 걸핏하면 고소·고발해놓고 이제 ‘검찰이 손대지 마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를 전부 사법적 판단으로 옮겨 놓고 검찰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갈수록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

“모든 걸 진영 논리로만 판단하고 대처하다 보니 해방 직후 좌익 우익 대립 못지않은 혼란이 와 버렸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는 진영논리만 판치는 세상이 돼 일반 상식이나 건전한 국민의식이 들어갈 틈이 없어졌다. 서초동 조국 옹호집회를 봐라. 범법자 수호대회를 하는 것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DJ는 정치범이고 억울하게 몰렸지만, 조국은 가족범죄단이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지지를 철회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이유를 뭐로 보나.

“일단 뻔뻔하다. 그리고 살기 어렵다. 못 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 정책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조국 사태로 인해 쌓여 온 불만이 폭발했다. 비등점, 혹은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그동안은 그래도 ‘박근혜 정부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무너졌다.”

―여권이 국정운영에 혼선을 빚고 있는데 지금 야당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거라고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안이나 방안은 없나.

“그 얘기하면 또 내부총질이니 (이럴 거다.) 일절 관여 안 하기로 했다.”

―내년 총선 변수와 전망은.

“총선까지 가기 전에 야당이 넘어야 할 능선이 좀 있다. 우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야당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좌파연대가 과반을 차지한다. 민심하고 달리 갈 수 있는 제도다. 야당이 이걸 막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패스트트랙 수사다. 야당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잘못 대처했다. 조국 사태가 끝나는 순간 한국당에 집중포화가 쏟아질 거란 말이다. 검찰은 정치적 공정성을 위해 조국한테 들이댔던 잣대를 우리 당에도 같이 들이댈 것이다. 다음으로는 범야권 대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세 가지를 풀어야 하는데 단 하나도 쉬운 게 없다. 문제를 못 풀면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든 야당은 참패하게 돼 있다.”

―한국당 내에는 여전히 ‘유승민은 죽어도 안 돼’ 하는 목소리가 꽤 많더라.

“하…. 나는 유승민 의원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날의 과오나 잘못을 우리가 재집권한 뒤 따져도 늦지 않다. 지금 그거 따진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으로 나올 수 있겠나?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전히 내년 총선 변수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보수대통합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연결된다.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다음 총선도 지고 개헌 지지선도 무너질 뿐 아니라 다음 대선도 무조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탄핵 가지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박근혜 명예회복은 자연스럽게 된다. 탄핵의 늪에 빠져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내년 총선도 불문가지라고 본다.”

―보수대통합을 하려면 오른쪽 우리공화당부터 왼쪽 바른미래당까지 다 모아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어려울 것이다. 보수대통합을 하려면 당의 주도 세력이 기득권을 모두 던져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비박(비박근혜)이,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은 친박(친박근혜)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각 당 사람들이 기득권을 전부 포기하고 총선에 공동 대처할 수 있겠나? 한국당은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귀족 보수를 버려야 한다. 서민 보수를 내세우지 않고 국민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탄핵 프레임 탈출인데, 한국당은 지금 친박이 주도한다. 3년 전에 탄핵한 친박 세력을 국민이 총선 때 수용할 수 있겠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을까.

“그 물음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하자. 하하하. 글쎄요. 당내 이야기는 안 하는 게…. 긍정적인 것도 얘기하지 않겠다. 뭐라고 한들 또 당 주류가 와글거릴 거다.”

―한국당 중심이 아니라 보수 정당이 완전히 헤쳐 모여 할 가능성은 있나.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서 YS(김영삼 전 대통령), DJ처럼 통 큰 정치인은 없다. 자기 것을 희생하더라도 큰 모양을 갖추려는 통 큰 정치인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좁쌀 정치, 좁쌀 정치인만 남아있다.”

―내년 총선 출마하나.

“마지막으로 출마하겠죠.”

―어디 출마할 것인가.

“내년 1월이 돼 봐야 알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대구나 고향에 출마할 거로 예상한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차출론도 나오고, 경남지사 경험이 있으니 경남 창원이나 김해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는 사실 국회의원을 하고 전부 수도권하고 험지에만 있었다. 나보고 이제 험지 가라고 하면 나쁜 사람들이다. 마지막 출마인데 그건 나한테 맡겨야지. 참 못된 놈들이 자기는 거기 나갈 생각도 없으면서 (그런다.) DJ가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했나. YS가 수도권에서 했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수도권에서 했나. 전부 고향에서 했다. 국회의원 한 석 뺏기 위해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