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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1930∼2012)
난 열여덟 살이었고, 당신은 스무 살이었죠. 우리는 중매쟁이를 통해 처음 만났죠. 그렇게 알고 석 달 만에 우린 혼인을 했죠. 6·25전쟁이 일어났던 해 12월 18일이 우리가 결혼식을 올린 날이었죠. 날씨가 맑고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우린 5남매를 낳았죠. 세상을 일찍 떠난 막내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건국대를 다니던 늠름한 우리 아들. 군대에서 사고가 나서 세상을 일찍 떠났죠. 아들을 보내고 우리 둘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멍이 남았죠. 아직도 명절만 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나요. 당신이 여든세 살이 되던 해였지요. 당신은 어머님 체질을 닮아 천식을 앓았어요. 3년을 그렇게 아프더니, 2012년 당신이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정을 떼느라 그랬는지 제게 엄청 못되게 굴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젠 괜찮아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당신이 가시고 2년은 우리 집 문을 열어 두었어요. 돌아올 것만 같아서, 내가 못 해준 것만 기억이 나서 그랬어요.
당신, 그래도 나는 잘 있어요. 당신은 내 생각이 안 나나요. 옛날 생각을 하면 미운 생각이 이제 다 없어졌어요. 지금 함께 살아 있으면 같이 좋은 곳에 놀러 가고,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었을 텐데. 큰딸 영임이, 둘째 딸 영애, 큰아들 용민이, 막내딸 영미까지, 우리 애들이 너무 잘해줘요. 육십 년을 같이 살았던 당신, 너무나 보고 싶어요.
아내 이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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