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궤변과 분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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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갈등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가 큰 진통을 겪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 매우 송구스럽다”며 대국민 반성문을 썼다. 광화문-서초동 진영 대결이 정점으로 치달을 즈음 문 대통령은 “국론이 분열된 게 아니다”고 말해, 찢긴 민심을 치유하기는커녕 ‘분열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했다.

조국 내전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상처는 치유 불능의 분열 바이러스 증식이다. 여기에는 ‘가짜 자식인’들의 선동이 큰 몫을 했다. 분열 바이러스에 뇌가 침범당한 ‘가짜·어용 지식인’들이 활개 치는 것은 분명 한국 지식인 사회의 위기다. 이들은 광장과 SNS 공간에서 거짓과 위선의 선동 정치로 열성 지지층을 진영 대결의 홍위병으로 만들었다.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궤변 시리즈는 ‘분열 정치’의 극치다. 공정성을 훼손하고 진보의 가치를 추락시킨 조국을 수호하자며, ‘분열의 철학’으로 선동한 것은 ‘공평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살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삶의 철학을 배신한 범죄행위다. 한 언론인 출신과 조국 사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다가 의견이 엇갈린 유 이사장은 “언론인에겐 옳고 그름이 중하지만 우리에겐 피아(彼我) 구분이 중합니다”란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의 정의는 내 편일 때의 정의다. 적이 되면 동일한 내용도 불의가 되는 게 ‘분열의 철학’이다.

조국 사태가 내전으로 치닫고 가짜 지식인들이 발호한 이유는 대통령이 특정 정파 지도자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과 정파적 갈등을 치유해야 할 대통령의 임무를 방기하고, 되레 국민에게 갈등과 정파 싸움을 부추겼다. 믿는 사람을 끝까지 챙긴다는 대통령의 사적 ‘의리’가 상식과 정의, 공정의 공적 가치를 훼손했다. 조국 내전은 촛불정부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진보의 정체성까지 훼손시켰다. 촛불 혁명은 개혁적 보수와 중도층의 광범위한 세력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분열 바이러스는 조선시대 ‘붕당(朋黨)정치’와 정확히 오버랩된다. 성호 이익은 당파싸움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벼슬자리는 적은데 벼슬하려는 사람이 많은 데 있다며 당쟁의 원인을 ‘먹이 다툼’으로 결론 내렸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끼친 가장 큰 해악은 승자독식 체제다. 50% 안팎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이 100만 공무원 인사권 등 모든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체제는 분열의 정치에 빠져들게 하는 주범이다. 야당일 때는 정권 간섭을 반대하다가 정권만 잡으면 언론, 법원, 검찰 등을 닥치는 대로 ‘정권의 전리품’으로 독식하는 불가사리로 변질된다. 집권 실패 시 정치보복의 공포에 시달려 집권 연장을 위해서 옳고 그름, 정의·공정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편가르기와 세 결집에 올인하는 ‘궤변의 달인’들을 양산한다. 이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는 ‘대통령들의 무덤’을 양산하는 보복 정치의 악순환이 무한 반복될 뿐이다. 분열 바이러스는 21세기 한국 정치를 조선 왕조시대 붕당정치 수준으로 후퇴시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전체주의로 회귀해 나라를 거덜 낼 것이다. 역사의 준엄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