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라운드前 아닌 라운드後 연습장 가… ‘절치부심’ 복습이 효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현순 미라셀㈜ 대표가 지난 13일 경기 성남 뉴서울CC 예술코스 3번 홀(파3) 화이트티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신현순 미라셀 ㈜ 대표

몸 익숙할 때 연습해야 감 유지
패배 아픔 되새기며 실력 키워

30代 초반 남편 권유로 입문
3년 만에 싱글… 베스트 3언더
드라이버 180m 날리는 장타자
男과 라운드땐 화이트티 이용

줄기세포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신현순(59) 미라셀㈜ 대표는 열혈 여성 골프 마니아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 뉴서울CC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이 골프장 회원인 신 대표의 골프 기량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신 대표는 “남성과 라운드하며 화이트티에서 함께 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동반자들이 나 때문에 카트를 세워 레이디티에서 멈춰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화이트티에서도 그의 드라이버 샷은 180m를 넘길 때가 많다. 신 대표는 이날 78타를 쳤다.

신 대표는 의료비즈니스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오너다. 1986년 레이저 치료기를 수입 판매하는 ㈜미라로 시작했다는 신 대표는 2008년부터 줄기세포를 주력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고 지금까지 줄기세포 관련 의료기기 생산과 줄기세포 치료제, 줄기세포 배양액으로 고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건강한 세포를 보관해 훗날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셀 뱅킹’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 대표는 현재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의원 등 전국 150여 곳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30대 초반 무렵 골프에 입문했다. 태어날 때부터 저혈압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위험했던 상태였기에 의사인 남편의 권유로 골프를 익혔다. 골프는 적성에 딱 맞았다. 늘 새벽 첫 타임에 나가다시피 했다. 회원으로 있던 수원CC를 자주 다니면서 18홀을 치고 오전 10시면 회사로 출근했다. 신 대표가 골프를 시작하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수원CC의 여성회원 중 가장 어렸다. 신 대표가 지금까지 의료 관련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남편의 도움이 컸다.

신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3언더파 69타다. 2004년 경기 남양주의 비전힐스CC에서 열린 경제인 골프모임에서였다. 신 대표는 전체 300여 명이 참가했던 이날 행사에서 ‘메달리스트’를 차지했다. 그는 이전에도 2언더파까지 기록했었다. 신 대표는 70대 타수로 진입하는 데 3년도 채 안 걸렸다. 20년 동안 수원CC 여성 회원 중 최고수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신 대표는 고수들이 겨루는 전국 규모의 여성아마추어 대회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사나흘 동안 회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주력사업을 ‘줄기세포’로 눈을 돌린 계기가 있었다. 2008년 게놈프로젝트 발표로 줄기세포 연구가 붐을 이루던 시기에 회전근개가 파열됐다. 팔을 뒤로 돌릴 수조차 없어 골프를 치지 못했다. 병원에 다녔지만 수술밖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골프를 평생 못 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수술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2년 반 동안 골프를 치지 못했다. 대신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의료장비 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하버드의대 교수를 미국 출장 때 만났고,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첫 치료를 마치니 몸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6개월 동안 치료를 했더니 완쾌됐다. 이때 줄기세포 치료제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개발한 ‘스마트 플랩’을 수입해 국내 병·의원에 판매했다. 신 대표는 뜻하지 않은 몸 부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줄기세포에 빠지게 됐던 것.

신 대표는 이후 국내에서도 색다른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해 자체개발한 엠셀을 2018년 식약처 허가를 받아 본격 시판하고 있다. 무릎 수술과 시술, 얼굴이나 피부, 아토피, 성형, 탈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심장이 안 좋으면 스탬트를 같이 할 수 있다. 피부 괴사가 생겼을 때도 줄기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 항노화 부문까지 커버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진화됐다. 줄기세포 배양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도 만들었고, 이를 보관해 필요할 때 자신의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도록 ‘셀 뱅킹’ 사업도 시작했다. 셀 뱅킹은 노후를 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염되기 전 채취해 훗날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최근 생산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비수술적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치료제는 비보험급여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 대표의 골프가 수준급이 된 데는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덕분이었다. 신 대표는 “골프를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번번이 지고 돌아왔을 때는 자존심이 상했고, 다음엔 꼭 이겨보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연습장에 간 적이 많았다”면서 “골프 실력을 높이기 위해 내면의 자존심을 건드려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라운드 전 연습장을 찾는 것보다는 복습에 주력했다. 주로 필드를 다녀온 뒤에 연습장을 찾아가는 편. 그는 “라운드 후 2∼3일이 지나면 별 효과가 없다”며 “몸이 익숙해졌을 때 연습해야만 스윙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수원CC 회원이던 시절 전동카트가 도입되기 전 남편과 내기를 하면서 36홀을 친 적도 많고, 한번은 54홀까지 돈 적도 있다.

신 대표는 골프를 하면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지구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을 가도 직원들이 먼저 지친 기색을 보였지만, 자신은 힘이 넘쳐나 놀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신 대표는 “골프장에만 오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만큼 골프에만 몰두하면서 내면의 지구력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골프 덕분에 창의력도 높아졌다”면서 “골프가 없었으면 지금처럼 복잡한 의학 관련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남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