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3실장 ‘유체이탈 회견’과 더 걱정되는 文 임기 후반

문재인 대통령 5년 임기의 후반 첫날인 10일, 일요일임에도 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고, 청와대 ‘실장’ 세 사람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는 19일 저녁엔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도 나선다고 한다. 소통 행보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홍보용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 참모들 태도에서 임기 전반의 실정(失政)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시정(是正) 의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자화자찬에다 현실과 동떨어진 ‘유체이탈’ 식의 억지 주장까지 쏟아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2년 반은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면서 “후반기는 도약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위기라는 말이 일상화할 정도로 경제·안보 불안은 커졌고, 국정 시스템도 ‘청와대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왜곡됐다. 극심한 코드 인사·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법부 코드화로 삼권분립까지 흔들린다. 이런 것을 정상화로 본다면 국정 혼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불공정의 결정판 같은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의 삶에 내재화된 모든 불공정” 운운하는 것은 혹세무민에 가깝다. 권력 실세의 범법 혐의를 은폐하면서 제도 탓, 국민 탓으로 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노 실장은 “훌륭한 많은 분이 (법무부 장관직을) 고사한다”고 실토했다. 오죽하면 유능한 인재들이 ‘그 좋다는’ 장관직에 손사래를 치는지 그 이유부터 성찰하기 바란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고 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하고, 온갖 신무기까지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평화 환상에 젖어 있다면, 안보실이야말로 안보의 최대 위협 요소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당장 어렵다고 해서 과거 낡은 모델로 돌아가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했다. 현재 경제난의 1차 요인은 소득주도성장 등 잘못된 정책 탓이다. 이것은 외면하면서 ‘모델 탓’을 하는 것 역시 무책임한 유체이탈 화법이다. 직언보다는 대통령이 좋아할 얘기만 하는 참모들이 있는 한, 대통령 인식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과 한 얘기에서도 그런 징후들이 수두룩하다. 청와대 참모들부터 전면 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