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무력화’ 법무부案, 文정권 비리 수사 저지用 아닌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직전인 지난 12일 법무부는 ‘검찰 직제개편안 및 사무 보고 규칙 개정안’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한다. 그대로 실행되면 ‘조국 사태’와 같은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는 방안이다. 조국 사퇴로 법무장관을 대행 중인 김오수 차관 등이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한다. 엄정한 법치를 생각하는 정상적 법무부라면, 권력 실세 소환을 앞둔 시점에 검찰을 격려하진 못할망정, 그 반대로 해석될 행태를 보이진 않을 것이다.

이번 방안은 한마디로 황당하다. 얼마 전에 전국 검찰의 특별수사부를 서울중앙지검 등 4곳만 남기고 폐지한 데 이어, 그때 존치했던 2곳을 포함해 41개의 직접 수사 부서를 모두 폐지키로 했다. 검찰 직접 수사 기능의 해체나 다름없다. 또, 검찰총장이 모든 수사와 관련해 단계별로 법무장관에 사전 보고토록 하겠다고 한다. 이미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도 없애라고 했다. 검찰의 수족을 잘라 무력화(無力化)하겠다는 발상이다. 언젠가 검찰이 기소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경찰의 수준을 고려할 때, 아직은 까마득한 비현실적 방안이다. 법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권력형 범죄엔 무방비 상태가 빚어진다. 현 정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근거로 삼으려 하겠지만, 그것은 다른 차원의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문 대통령이 김 차관을 시켜 이런 방안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4가지 문제점이 짚인다. 첫째,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터져 나올 현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버닝썬 수사만 봐도 현재 경찰 능력과 중립성으론 권력형 범죄를 단죄하기 어렵다. 둘째, 이렇게 서두르는 것을 보면 ‘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보복성 및 조국 수사에 대한 압력 의혹이 뚜렷하다. 셋째,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단계부터 보고받도록 한다는 것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든다. 넷째, 수사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올 사안을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고치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