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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nterview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5일(金)
“집값 폭락한다는 사람들, 왜 서울에 집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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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출신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복잡한 경제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데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김선규 기자
■ ‘경제 유튜버’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 주저앉아 … 공무원이 기업혁신성 평가 말이 안돼
‘타다’ 문제로 보듯 구호뿐인 文정부의 혁신성장 가장 답답
‘밀레니얼 이코노미’ 한국만 비실비실 … 정년연장 당장 취소해야
로봇이 일자리 뺏는 시대 … 정시확대 논란보다 공대 늘리는 게 우선
이제 돈 모으기는 글렀다? … 외화예금·해외리츠 투자 땐 짭짤할 것


지난 4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를 찾은 홍춘욱(50) EAR리서치 대표와 악수를 했다.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으나 TV, 라디오 혹은 유튜브 등에서 워낙 많이 접했기 때문인지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청산유수의 언변을 지녔다. 경제와 관련해 무엇을 물어보든지 간에 수도꼭지에서 콸콸 물이 쏟아지듯이 솔루션을 제시했다. 내용이 충실한 데다 증권회사 때부터 미디어 소통 능력이 뛰어난 애널리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저력이 배어 있다. 정신없이 듣다 보면 홀리기 딱 좋을 듯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터뷰 중간에 “어쩜 그렇게 말에 막힘이 없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는 “워낙 방송과 강연을 많이 하다 보니 콘텐츠가 다듬어져 그냥 술술 나오게 된다”며 씩 웃었다. 그는 키움증권, 국민은행, 굿모닝증권(현 신한증권), 교보증권 등 금융회사 애널리스트 생활을 오래 했고 EAR리서치를 설립하기 직전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으로 활동했다.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우수해 미디어로부터 늘 모시기 1순위 대접을 받았다.

“2009년부터 블로그를 했어요. 지난해 8월부터는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와 관련한 숱한 질문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 질문에 쉽게 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요령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네요.”

최근 홍 대표는 ‘밀레니얼 이코노미’라는 책을 펴냈다. 전 세계적으로 1981∼1996년에 탄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생산, 투자, 고용의 주축이 되는 ‘밀레니얼 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했는데 유독 한국에선 이 세대의 시장 진입은 물론 소비, 투자, 고용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 취업난에 대해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구조적 원인으로 어쩔 수 없이 피하기 힘든 흐름이란 것이다. 바로 기계 혹은 로봇과의 전쟁이다. 홍 대표는 “우리보다 로봇이 빨리 도입된 미국 사례를 보면 그 영향을 확연히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홍 대표에 따르면 노동자층은 비반복적 지식 노동자, 반복적 지식 노동자, 비반복적 육체 노동자, 반복적 육체 노동자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로봇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범주는 반복적 지식 노동자와 반복적 육체 노동자라고 한다. 반복적 지식 노동자는 식자공, 타이프 라이터, 캐셔 등이 대표적이고 반복적 육체 노동자의 대표격은 자동차 공장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들이 중산층을 이뤘는데 급격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 역시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데이비드 오토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010년 발표한 ‘미국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이미 오롯이 기술돼 있다.

“또 하나는 정부의 정책 실패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때가 됐는데 정부는 정년 연장을 하는 조처를 했죠. 그런데 정년이 늘어난 일자리들을 보면 대기업, 전문직, 공공기관, 노조에 의해 보호되는 일자리 등 대부분 상위 20%의 일자리들이에요. 밀레니얼 세대 처지에선 이는 치명적입니다. 취업하고자 하는 직장을 모두 노인들이 꿰차고 있기 때문이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의 취업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86세대 비판 목소리와 궤를 같이하기도 한다. 그는 “정년 연장 논의를 취소하고 임금 피크제를 확실히 도입해야 한다”며 “밀레니얼 세대들을 위해 대승적으로 양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살리고 출산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대입니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는 출산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세대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밀레니얼 세대만이 가교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밀레니얼 세대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해요. 우리나라의 연속성을 위해 밀레니얼 세대를 잘 키워야 하는 것이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역사는 왜 정부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일본의 40대는 전반적으로 불행한 세대다. ‘불황 터널’이라는 말대로 터널에 갇힌 채 탈출하지 못한 세대가 된 것이다. 그들이 막 사회에 나왔을 때 그들은 저임금 일자리 혹은 파트타임 일자리를 강요당했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노인들이 은퇴하니까 젊은 세대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바 단카이(團塊) 세대가 은퇴해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은퇴 직전에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단카이 세대 입장에선 더 일을 열심히 해서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악착같이 버텼다. 홍 대표는 “일본 노동시장이 호전됐지만, 현재 40대들은 경력 쌓을 기회를 놓쳐 지금도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2016년 경제활동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지금처럼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이에 대응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입시 제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일갈했다.

“일자리 미스 매칭 현상도 정부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발표된 한국노동시장 전망에서 앞으로 공과대학생이 부족하고 문과생이 공급과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죠. 그러면 대학들이 노동 시장 수요에 따라 신축성 있게 이를 조정할 수 있게끔 유도했어야 했는데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교수들 밥그릇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칠판 하나만 있으면 문과는 가르칠 수 있잖아요. 데이비드 오토 교수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중간 사무직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과생에게 가장 좋은 직장이 은행 아닙니까. 그런데 앞으로 은행에 왜 그 많은 사람이 필요하겠어요. 점점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 가운데 한 곳이잖아요. 공대가 더 필요합니다. 그걸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수시, 정시 입시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쟁 등과 함께 이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다. 홍 대표는 “이 정부에 점수를 매긴다면 혁신성장에선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며 “스타트업 모임에 가보면 투자자들이 벤처 기업, 창업투자회사(VC) 등에 돈을 엄청 넣고 있는 게 사실인데 시장 크기가 너무 작고 성과가 없어 스타트업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인데 벤처 산업이 활발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작은 나라 가운데 혁신 국가는 핀란드와 이스라엘밖에 없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다만 핀란드는 국민 기업 노키아 매각 이후 우수한 기술진이 헤쳐모이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하게 됐으며 이스라엘은 미국 유대인 공동체(커뮤니티)를 연결 고리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직접 엮여 있어서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장 크기와 함께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입니다. 가령 토스와 키움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신청에서 탈락했을 때 정부가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왜 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합니까. 특히 타다 문제는 심각합니다. 만일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업체를 접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한국 사회에선 앞으로 규제 리스크와 연관된 산업에선 비즈니스가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모든 규제에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애정 차원인지 재테크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주택가격이 너무 상승해 자산 축적에 대해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저금리도 계속되자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실정이다. 홍 대표는 장점을 활용하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외국어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 강하지 않습니까. 글로벌한 시각으로 해외 투자에 눈을 뜨라고 충고해주고 싶어요. 월급이 들어오면 달러 등 외화예금에 투자해 보세요. 이렇게 시작해 해외주식, 리츠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해 보는 것이죠. 왜냐하면, 미국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 구간에선 부동산 시장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채도 우리나라 국채보다 이자율이 높습니다. 이렇게 사놓았다가 2∼5년 뒤 부동산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경매 등 투자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주택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붕괴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주장처럼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지 보여 달라. 세상이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서울에 집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회경·송정은 기자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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