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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0일(水)
美 ‘자국우선주의’로 중남미 발빼는 사이, 中 2700억달러 쏟아부으며 ‘내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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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뒷마당’ 파고드는 중국

트럼프 이민·마약 등에만 관심
중남미 원조 35% 삭감하기도
TPP 탈퇴·NAFTA 개정까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마저 거부

中의 누적대출액 1500억달러
WB·IMF 추월한 최대 채권국
조건 없이 1200억달러 투자도
화웨이·ZTE 등 통신사업 장악


이른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과 협상력이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역내 패권을 넘보고 있다. 최근 미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NI)는 “미국이 중국에 중남미를 빼앗기고 있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중남미에서 하드파워의 효용은 제한적이고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통한 소프트파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 포용정책보다는 제재·압박정책을 펼치는 사이 이들 정부와 외교를 강화하고 무역을 확대하며 인프라 투자에 수백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노력에 대한 대가로 이들 국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미국을 제쳤다. 미국의 우방인 칠레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77%인 반면,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61%로 나타났다. 멕시코 국민의 호감도 역시 중국 57%, 미국 43%로 나타났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 들어온 뒤 다방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국 굴기가 지역적으로도 전 지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우선주의’로 중남미에서 인심 잃는 미국 = 손혜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최근 ‘중남미에서의 미국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자국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이민, 마약, 통상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중남미는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국가들을 가까운 이웃보다는 경제적 이익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초한 대외정책 기조로 인해 미국의 대중남미 정책에서 전통적으로 중시해왔던 자유무역주의 협정 촉진과 다자주의는 거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무역적자 및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멕시코, 칠레, 페루 정부의 수출 다변화 정책에는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개정했는데 이는 멕시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도 중남미 국가들에 손실을 끼쳤다. 불법이민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국경장벽을 건설했다. 피난처 도시에 대한 예산지원도 중단했다.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고 가족이민을 축소한 데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제도(DACA) 폐지까지 결정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1100만 명의 불법이민자 가운데 80% 이상이 중남미 출신이다. 멕시코 출신은 600만 명에 달하고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는 각각 63만 명, 49만 명이다. 송금 제한까지 단행하면서 해외송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경제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반이민 정책에 따른 국경 단속의 강화로 미국 입국을 목적으로 한 중미의 대량이민 현상인 ‘캐러밴 사태’로 불리는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예산에서 차지하는 대중남미 원조의 35%를 삭감하기도 했다. 좌파 정부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쿠바, 에콰도르에 대한 지원은 전액 폐지했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가 참여하는 중미 북부 3국의 ‘번영을 위한 동맹계획’의 원조를 3분의 1로 축소했다. 카리브 지역에 대한 안보·경제적 원조도 대폭 줄였다.

◇빈틈 노리는 중국, 경제적 실리 선택하는 중남미 = 미국이 빠져나가는 사이, 중남미의 우파 정권들은 미국과의 협력뿐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 중국에 편승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지속해 실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중국의 대중남미 누적 대출이 1500억 달러에 달하면서 중국은 세계은행(WB), 중남미 개발은행(CAF), 국제통화기금(IMF)보다 많은 자금을 중남미에 제공하는 최대 채권국이 됐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00억 달러 이상을 중남미에 투자해 중남미를 중국의 2대 해외투자처로 삼았다. 중국의 대중남미 대출의 기본 원칙은 정치·경제적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WB, IMF가 정치·경제 개혁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식과 상반된다. 빈번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선언으로 국제자본시장 접근이 어려운 국가들이나 외교적 고립국인 쿠바,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서도 중남미 국가들에 최근 10년간 약 120억 달러를 지원했다. 주로 쿠바, 볼리비아, 자메이카가 대상국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가 중남미 통신사업 주도권을 장악한 점도 미국에는 큰 우려 사항이다. 화웨이와 ZTE는 중남미 24개국의 통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참여해 5세대(G)통신과 해저케이블을 구축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 우파 정권은 화웨이 제재 불참 등에 있어서는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중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 친미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친미·반중노선을 표방했지만 당선 후 입장을 전환하며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미국은 중남미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최대 경제 파트너지만 중국이 최대 채권국이자 2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역내 패권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설 땅 역시 좁아진다는 얘기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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