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싱어송라이터 적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호 논설고문

‘찬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어디야 지금 뭐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화려하고 정교한 속주(速奏)로 주목받아온 천재적 기타리스트로, 감미로운 음색에 작사·작곡 역량도 걸출한 싱어송라이터인 적재(30)가 2017년 미니 앨범 ‘파인(FINE)’에 담은 노래 ‘별 보러 가자’ 시작 부분이다. 인기 탤런트 박보검이 리메이크해 불러 싱글 앨범을 내놓았고, 그것이 유명 의류 브랜드의 광고음악으로도 사용된 노래다.

적재(본명 정재원)는 직접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해 부른 10곡이 담긴 첫 정규 앨범 ‘한마디’(2014년)를 통해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 ‘가창력이 무시무시한 가수’ ‘마음이 정화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감성의 왕’ 등의 찬사를 받아왔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멜로디와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에 일상적인 삶의 진심이 실린 첫 앨범 수록곡들부터 그럴 만했다. ‘벽에 기대 혼자 서럽게 흐느끼던／ 날 감싸 안아주고／ 널 사랑한다는／ 작은 방에 혼자 외로이 앉아 있던／ 날 토닥여주고／ 참 미안하다는／ 이 한마디가 어려웠나요’ 하는 타이틀 곡도, ‘요즘 하루는 그런대로／ 별다른 일 없이／ 지내는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뭘 하는 건지／ 물어도 답은 없는 것 같아’ 하는 ‘요즘 하루’도 그렇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별똥별을 보던 밤／ 할머니 집 옥상에 누워 끝없는 꿈을 꾸던／ 참 순진한 녀석이던 참 작던 그 아이／ 이제 더는 그리워해도 닿을 수 없는’ 하는 ‘골목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세계적 싱어송라이터인 존 메이어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그는 이 밖에도 ‘올려다본 하늘에, 눈에 비친 건／ 메마른 구름과 어두운 태양／ 혼자 남은 거리에 들려오는 건／ 무거운 공기 속 침묵의 노래’ 하는 ‘나를 찾아서’를 비롯해, ‘사랑한대’ ‘나란 놈’ ‘톡’ ‘타투(tattoo)’ 등 숱한 명곡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적시며 고단한 삶을 위로해왔다. 그런 그가 2019년 마무리 공연인 ‘어떤 하루’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30일과 12월 1일 갖는다. “관객에게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