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신성장동력을 찾아라>수출도 내수도 ‘불황의 늪’… 생존위기 기업들 ‘新기술 발굴’ 비상행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 산업전략 전환 ‘발등의 불’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에
대외여건 불확실성 등 겹쳐
내년도 부진탈출 어려울듯

美, 정부차원 AI 연구 강화
日, 5G인프라 구축에 투자
中은 반도체 굴기 사활 걸어

韓, 기존 車·石化의존 탈피
지능형 반도체·이차전지 등
미래전략산업 경쟁력 키워야

한국 경제의 심각한 활력 저하와 저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산업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잠재성장률은 떨어지는 데다, 주력산업의 쇠락 및 구조조정 필요성은 표면화하는 등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미래 경쟁력 결정 요소인 투자와 경제성장 버팀목인 수출의 동반 감소는 경제위기 국면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0년 상황도 밝지 않다 보니 당장 수익 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들린다.

이에 따라 투자 활력을 높이고 신산업기반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산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개혁을 전환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경제계와 기업들의 의견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문화일보는 2020년과 새로운 10년을 맞아 국내 대표기업들의 차세대 신성장동력 확보 현장을 밀착 진단하는 새 기획시리즈를 통해 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 부진은 12개월째 이어졌고 내수 둔화, 설비투자 감소, 소비 위축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어서 전환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영전망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은 65%가 현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평가했다. 47%는 내년에 긴축경영을 시사했다. 경영환경의 주된 애로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내수 부진, 대외여건 불확실성, 기업규제 강화를 꼽았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지난 4월 이후 9개월 연속 한국 경제를 ‘부진’ 상태로 진단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표면화하고 있다며 소비 위축을 타개할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투자유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2020년, 새로운 10년을 맞는 기업들에는 산업 경기의 난관과 불확실성, 리스크를 뚫고 성장동력을 확보해 중장기적인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11일 경제계와 각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0년에 잠재성장률 급락과 주력산업 위기로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0년 산업 경기의 10대 특징과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예상하고 “현실적으로는 반도체를 제외하고 미래 경제 성장을 견인할 주력산업의 부재로 저성장 또는 성장률 급락 현상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력산업인 건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은 내년에도 수요 둔화, 민간 소비 부진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세계 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도 국내 제조업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소비 활력을 더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성장 탈피와 내우외환의 어려움을 뚫기 위해서라도 기존 주력산업의 역할을 이어받을 신성장 산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과 노력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주 실장은 “농수산식품, 생활소비재, 콘텐츠,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이 부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들 신성장 산업이 약진하면서 관련 전·후방 산업에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고 정부의 산업 육성 노력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의 산업화 노력, 전문인력 유치 및 육성 노력도 점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신산업의 동향을 보면 그야말로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면서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돼 기술 개발 및 투자를 게을리하거나 실기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산업연구원(KIET)의 ‘미래 전략산업 브리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전기차, 수술로봇, 드론, 사물인터넷(IoT)·스마트홈, 실감형 콘텐츠, 지능형 반도체, 경량소재, 이차전지 등 신산업을 놓고 주요 기업 간 합종연횡과 기술 전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단적으로 정보기술(IT)기업의 AI 스타트업 인수 경쟁, 한국·미국을 추격하기 위한 일본의 5세대(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한 투자가 그것이다.

국내 글로벌 업체들의 전략도 비상 행보다. 올해 하반기에 일제히 윤곽이 드러난 현대차그룹(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조인트벤처(JV) 설립계획 발표), 현대모비스(자율주행 센서인 ‘라이다’ 분야 선두 업체 미 벨로다인과 양산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LG화학(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발표), 포스코(중국 저장(浙江)성에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 삼성전자(초고주파수 대역 28㎓ 5G 통합형 기지국 장비 개발)의 신산업 기술 개발, 투자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종기 KIET 신산업실 연구위원은 “2030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등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시스템반도체만 해도 화웨이뿐만 아니라 알리바바가 AI 칩을 개발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따른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AI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전략계획 보고서’, 8월에는 ‘AI 표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AI 전략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KIET는 우리나라도 AI 분야의 핵심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성과가 글로벌 표준화로 연결되도록 긴밀하게 대응하고 자율주행, 5G, 시스템반도체, IoT 등 신산업 분야와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융합 분야의 핵심 기술과 특허표준 확보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주 실장은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기보다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신기술을 융합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기본계획의 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하되 사회, 경제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 수요 변화도 적절히 고려해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각종 규제개혁과 함께 신산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기업 혁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제작 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 LG, 롯데, 한화, 신세계, 한진, CJ, 금호아시아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