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바꿔도… 특성화고 미달 사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 서울 70개교 중 60% 미달
정원 70~80명씩 부족 학교도
‘고졸채용’ 정책순위 밀린데다
학령인구 대폭 감소까지 겹쳐

서울 지역 A 특성화고는 내년 정원보다 30여 명 모자란 신입생들을 맞이하게 됐다. 3년 연속 미달사태다. 올해 처음 교명에서 ‘여(女)상’이란 단어를 빼고 ‘○○고’로 ‘간판’을 바꾸고, 학급당 학생 수를 2명씩 줄여 전체 정원을 줄였는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년 4∼5명은 공기업 취업 소식을 알리곤 했는데, 올해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특성화고 육성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공기업,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확대했는데, 이번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에 방점을 찍으면서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며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70∼80명씩 미달하는 학교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특성화고가 위기를 맞고 있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70개 특성화고 중 60%인 42개교가 내년 정원만큼 신입생을 뽑지 못했다. 지난해(38개교)보다 4곳 늘어났다. 정부 주도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육성하면서 형성됐던 ‘고졸 취업 붐’이 한풀 꺾인 탓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현장실습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관련 규제가 강화돼 참여 기업이 줄어 취업률이 급락한 게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7년 75.1%까지 올랐던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8년 66.3%, 올해 57.0%로 뚝 떨어졌다. 경기 지역에서 나름 ‘취업사관학교’라 불렸던 B 특성화고도 ‘2년 연속 미달’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올해는 특히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나갈 수 있는 기업이 200여 곳에서 100여 곳으로 줄었다. 이 학교 교사는 “현장실습에 필요한 서류만 20개가 넘을 정도로 규제가 강화돼 기업들이 참여를 꺼린다”고 털어놨다. C 특성화고 교장은 “은행도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점차 무인화되고 있지 않냐”며 “학교도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학과 개편 등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2년까지 60% 취업을 목표로 고졸 취업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교육과정을 실습 위주로 운영하려면 학급당 수를 15명 정도로 줄여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정책 연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