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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13일(金)
“상한 국 같은 정치, 국그릇째 바꿀 때… 20∼40代가 의원 60%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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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함께 걸려 있는 ‘캐치올 파티(catch-all party)’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낙중 기자

이정현 무소속 의원

기존 정당·정치인 수명 다해
상한 국과 상한 건더기 신세
물갈이 넘어 판갈이 할 시점

4차산업 전문가·젊은 세대
국회 대거 진입 목소리내야

진보·보수 이념논쟁 무의미
모두 끌어안는 신당 준비 중
내년 총선 수도권 출마할 것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중앙정치를 떠나 민심의 바다에서 정치적 유배 생활을 자청한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판 갈이론’을 들고 여의도 정치에 복귀했다.‘박근혜 호위무사’ ‘박근혜의 입’ 등으로 불렸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이 의원은 “국물만 갈지 말고 한 번쯤 국그릇째 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 의원은 “새로운 정당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캐치 올 파티(catch-all party)’가 돼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영남 중심의 보수당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돼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치적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며 “내년 총선에선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만 3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나.

“35년간 정당과 국회, 청와대의 중심에서 우리 정치를 경험했다. 국회의원 비서에서 3선 국회의원까지, 당 사무처 말단에서 당 대표까지, 그리고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거쳐 무소속에 이르기까지. 그간 정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체험한 바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발 떨어져 보니 우리 정치의 미래가 오히려 더 잘 보이더라.”

―한발 떨어져 본 우리 정치는 어떤 모습이었나.

“기존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정치 행태 자체가 천수를 다 누렸고, 그 수명이 다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의 국회 현상은 거의 말기 증세다. 국민이 철저하게 외면하고 피곤증을 느끼고 있다. 30% 혹은 50% ‘물갈이’로는 국민의 정치 불만이 해소될 분위기가 아니다. 판을 완전히 갈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여당과 야당이 다 싫다는 분위기다.”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의 대변화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우리 정치는 아직 2차 전기 발명 시대에 해당하는 산업화와 민주화세력 간에 진보·보수 논쟁을 하고 있다. 그림이 잘못 그려졌다고 생각되면 덧칠하지 말고 도화지를 통째로 갈아야 한다. 국물이 상했으면 건더기도 상한다. 국물만 갈지 말고 한 번쯤 국그릇째 갈아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이다. 판을 갈 시점이다.”

―정치 개혁은 왜 안 된다고 보는가.

“운동권은 운동권으로, 변호사는 변호사로, 행정 관료는 행정 관료 출신으로 갈면 당연히 소용없다. 지난 1985년 국회에 비서로 들어오니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있었다. 그런데 35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에 정개특위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못했고 시대 과제도 도출해 내지 못했다. 또 정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현재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데 그렇다면 이는 결국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인가.

“그렇다. 정치세력은 종국에 가서는 정당 형태가 돼야 하고 결국 창당에 이를 것이다. 40대 기수, 2030세대 주축의 미래 세대가 미래지향적인 어젠다를 가지고 새로운 정치세력 즉 창당을 하게 될 것이다. 그전에 빅텐트를 쳐야 한다. 이른바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미생모)’이 전국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분야별로 세대별로 지역별로 심지어 동네별로 다양한 집단이 각자의 미래를 생각하며 미생모를 만들고 그 조직이 전국화돼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럴 경우 자연히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헌법 개정으로 이어져 제7공화국이 출범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우리 국회에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과학자가 거의 없다. 한·미, 한·일 외교를 다룰 외교관 출신도 한 명도 없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서 국회에 다양한 경제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매우 부족하다. 미래세대의 문제들을 제기할 20대, 30대 국회의원은 극소수다. 주로 운동권 출신의 민주화 세력과 변호사, 관료, 오래전에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학자 출신이 대다수다. 새로운 정치세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젊은 세대, 즉 40대 이하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60% 이상이 돼야 한다. 20대 국회의원도 20명 이상 돼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념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새로운 정당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캐치올 파티(catch-all party)’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 자민당이 63년을 집권하고도 여전히 일본이 주요 2개국(G2), 주요 3개국(G3)인 비결은 한 당 안에 진보와 보수가 함께 있어서 스펙트럼이 넓은 정책 논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채택한 제3의 길,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추구한 신민주당 정책,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견지하고 있는 기민당과 사민당 연정,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 국회의원 한 명도 없는 전진당으로 집권해 프랑스가 유럽의 왕자로 재등극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는 포괄 정당 형태로 가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하나의 당 안에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가 잘못된 것인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가 오판이었는가. 이제 박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함께 걸려 있는 정당 사무실을 가져도 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현 여권 핵심 인사들도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미·소 냉전 체제 대결이 끝나면서 진보와 보수는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친북 성향의 좌편향 집권 세력에 대해서는 함께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에 친북 좌편향 집권 세력은 2%도 안 된다고 본다. 100만 명은 고사하고 50만 명, 아니 그보다 더 적을 수 있다. 나머지는 선전 선동에 의한 동조 세력일 것이다. 따라서 포괄 정당 형태의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된다면 2%와 이념싸움을 하지 말고 오직 대한민국 미래만 논의했으면 한다.”

―창당은 언제쯤 예정하고 있나.

“많은 분과 논의 중이다. 본격적인 세력화와 창당 논의는 2월 말, 3월 초부터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정현 의원 본인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구태 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다. 나도 내가 말한 상한 국 안의 상한 건더기다. 지금 내 최고의 관심사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서포터(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현실 정치에 침묵해 왔는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한민국 11명의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가 소망스럽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도자가 아니고 왕이기 때문이다. 100만 명의 유능한 공무원을 놔두고 청와대 중심 국가를 운영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에도 없는 단지 대통령 보좌 기구에 불과함에도 야당과 싸우고 정부기관과 성명전을 펼치고 있다. 비정상도 이보다 더 비정상은 없다. 개각이나 대통령 측근 인사는 기존 인사가 감옥에 갈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 민주라면 우리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으로부터 ‘졸’ 취급을 받고 있으니 ‘민졸주의’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핵으로 쪼개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통합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나.

“보수는 더 처절하게 쇄신해야 한다.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다 부술 정도로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쪼개지고 깨진 뒤에 새로운 모습으로 뭉쳐야 한다. 집을 허물고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총선은 전남 순천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에 출마할 계획인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두 번 당선됐다. 그 후 경상도도 전라도도 지역구도 정치지형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이제 또 다른 도전 즉,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후원자가 되고자 한다. 정치인은 선거로 정치한다. 호남을 넘어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나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958년 전남 곡성 출생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18·19·20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 새누리당 대표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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