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I’의 ‘You’ … 아이유, 나 아닌 너 때문에 행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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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드림하이’(KBS 2TV·2011)에서 수지가 불렀던 ‘겨울아이’는 생일축하곡으로 유명하다. 원곡 가수는 로스앤젤레스 코너스톤 교회의 이종용 목사다. 무대로 소환한다면 최고령 ‘슈가맨’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어른이 돼도 1980년생 ‘겨울아이’는 늙지 않는다. 마음에 깃을 친 노래는 세상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이종용의 삶은 유별났다. 1975년 대한민국을 삼킨 노래 ‘너’의 주인공이었다. ‘낙엽 지는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 잡아주던 너’. 자그마치 15주 연속 차트 1위였지만 인기 절정이던 그해 12월에 그는 감옥으로 향한다. 음악동네를 뒤흔든 ‘대마초 사건’ 때문이다.

출소 후 ‘낙엽 지는 그 숲속’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흘러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중). 누군가에게 감옥은 끝나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다시 시작하는 자리다. 감옥에서 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겨울아이’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예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록 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이런 고백을 한다. ‘어떻게 사랑할지를 난 모르겠어요(I don’t know how to love him)’.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행복해지는 건 간단한데 간단해지기가 어렵다는 예측은 그래서 옳다. 예수는 간단하게 답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천국의 유행어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면 지옥의 유행어는 ‘억울합니다’ 혹은 ‘너나 잘해’다. 그러니 앞의 두 마디를 자주 한다면 이미 천국에 입주한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지옥의 주민인 셈이다. 예수 역으로 무려 249회 공연을 펼친 후 이종용은 1982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목사가 된다. 교회 이름은 코너스톤(초석)이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는 선수를 그렇게 부른다. 던지기만 하고 받아들이지는 않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그는 가난한 마음을 심어주고 있다.

추억 없는 삶이 있을까. 다만 추억 속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불멸의 히트곡 ‘너’는 이렇게 끝난다. ‘오늘도 추억 속에/ 맴돌다 지쳐버린/ 창백한 나의 넋’. 마음을 섞어 들으면 어떨 땐 ‘나의 넋’이 ‘나의 너’로 들린다. 퍼뜩 누가 떠오르지 않는가. 나(I)의 너(You). 바로 가수 아이유(사진)다. 아이유란 이름은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알려준다. ‘매일 매일 너 때문에 행복해/ 다른 누구 아닌 나를/ 모두 가질 너만이 My love/ 나도 믿기지 않아/ 지금 네가 내 옆에/ 이렇게 손 꼭 잡은 채 걷는다는 게’(아이유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중). 자신 때문이 아니라 당신 덕분에 행복한 거다. 아이유는 팬에게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선물한 적이 있다. 책이건 노래건 사랑의 연결고리가 된다면 거기가 바로 아이유(I, Yo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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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사랑이 없어도 세상은 문전성시다. 이익이 사라지면 약속도 사라진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는 게 사랑일진대 세상은 오히려 그런 사람을 바보로 분류한다.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중)

사소한 것 때문에 우리는 많이도 싸운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는 바보가 되는 걸 경계하는 노래다.

‘네 품에 안겨도 늘 불안 불안해/ 꿈처럼 깰까 봐.’ 잠을 깨면 꿈도 함께 깨질까봐 눈을 감고 뒤척인다면 오늘은 철부지 모모를 만나보자.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김만준 ‘모모’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