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시험과정서 생긴 응시자의 돌발상황 참작 안돼…기간 제한이라도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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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도한 국가의 규제는 개인의 자율성을 훼손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길을 막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오탈 제도’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법조인들은 많지 않다. 사법시험 체제에서 한평생 시험에만 투자한 ‘고시 낭인’ 방지와 변호사 합격자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조계와 학계, 정부 사이에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형근(사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에서 오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조인이다. 정 교수는 “오탈 제도 문제는 국가가 개인의 권리나 삶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것이냐 혹은 학생들이 스스로 다른 진로를 택하도록 개인에게 일임할 것이냐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판례 평석을 게재했다. 그는 판례에서 지난 2016년 헌재가 오탈 제도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을 비판하며 ‘국가가 강제력으로 응시 기회를 박탈해 개인의 장래에 개입하기보다는 응시자가 스스로의 결정과 책임으로 응시 시기와 응시 횟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성 법조인들은 ‘고시 낭인’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렇게 많이 응시 기회를 가졌으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한 것이니 불합격자들은 다른 길을 찾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정서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오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는 중간에 경제적인 상황 악화나 결혼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무조건 시험을 봐야 해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이라며 “완전한 폐지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시험을 볼 수 없는 응시 기간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적게는 2회에서 많게는 6회까지 응시 횟수만 제한하고 있다”며 “응시 기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든, 임신·출산을 하든 5번 이내 시험을 봐야 하니 신중하게 응시하려 할 것이고 변시에만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낭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