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계량화’ 압박, 조직· 사회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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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지표의 배신 / 제리 멀러 지음, 김윤경 옮김 / 궁리

‘성공의 열쇠는 성과 평가에 있다.’ ‘숫자는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조직에서 신념처럼 받아들이는 명제다. 그러나 성과를 수치화하는 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측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게 문제다.

경제와 역사를 연구해온 저자인 제리 멀러는 이를 ‘측정 강박’이라 부른다. 성과를 측정해 공표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여기는 압박감이다. 이런 강박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조직과 사회를 위협하는 측정지표의 횡포다. 교육, 의료, 산업, 금융, 정부기관, 자선단체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량적 측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과연 이것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과의 계량화에 대한 중압감이 어떻게 ‘통계에 대한 꼼수’ ‘시험 위주의 수업’ 같은 왜곡 현상과 부작용을 낳는지를 분석한다. 잘못된 측정에서 측정지표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평가 기준이 되는 표준화된 지표와 그 결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은 사람들의 시야를 좁아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276쪽, 1만7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