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美대사관저 침입 수사’ 흐지부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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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계급별 승진·전보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 경찰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미 대사관저 침입 사건 배후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서의 지휘부 교체가 이뤄졌다. 그리고 그만큼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단행된 총경급 경찰 전보 인사에서 김원범 남대문경찰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 간부로 이동했고, 오는 31일 예정된 경정급 인사에서 대진연 수사를 맡고 있는 남대문서 수사과장도 보직이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내가 있는 동안 책임지고 사건 송치까지 마무리하고 가려 했지만, 여건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임 서장 등 지휘부가 사건 기록을 검토한 후 어떤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지 결정하게 된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18일에 발생해, 23일 현재로 98일째를 맞았다. 당시 국회 등이 나서서 강력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한다. 실제 경찰은 작년 수사 착수 단계서부터 영장 발부 등이 막히며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후로 지목된 대진연 공동대표 김모(31) 씨의 계좌 등을 압수수색해 김 대표의 활동반경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경찰 입장이었지만, 법원이 “사건의 본류(대사관저 침입 행위)와 무관하다”며 기각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에 연행된 대진연 회원들이 식사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로 나오면서 사건이 장기화된 측면도 있다. 이에 경찰은 사건 발생 3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10일에야 김 대표를 소환할 수 있었고, 이후에는 소환 없이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시민 입장에서는 수사가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수사팀이 교체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찰이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한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송유근 사회부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