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 입력 2020-01-30 14:44
큐브 모양 채끝살 구워놓고
너구리·짜파게티 면 삶다가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내야
수프·올리브유 적당량 넣고
약불서 채끝살과 버무리면‘끝’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영화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에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처음 알려진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합성어로, 짜장라면에 얼큰한 맛을 더한 음식이다.
사회 양극화를 다룬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되는 시점에 나온다. 박 사장(이선균)네가 캠핑을 떠난 사이 저택 거실을 점령하고 느긋하게 술을 마시던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폭우로 박 사장네 가족이 갑작스레 귀가하며 일대 소동을 벌인다.
그 와중에 박 사장 부인 연교(조여정)는 기택 부인 충숙(장혜진)에게 아들에게 먹일 한우 채끝살 넣은 짜파구리를 8분 안에 만들 것을 지시하고, 충숙은 가족들이 모두 숨어야 하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정성스레 짜파구리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택네와 지하 부부(이정은·박명훈)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영어 자막에는 짜파구리가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으로 표기됐다.
‘기생충’ 짜파구리를 만들어보자. 3㎝ 정도 두께의 한우 채끝살 한 덩이와 짜파게티, 너구리(얼큰한 맛)를 1개씩 준비한다. 채끝살을 큐브 모양으로 깍둑썰기해 소금, 후추로 살짝 밑간한 후 팬에서 겉면이 코팅될 정도로 구워놓는다. 물을 넉넉히 끓이다가 짜파게티 면보다 조금 굵은 너구리 면부터 넣고, 풀릴 때쯤 짜파게티 면을 넣어 삶는다. 플레이크와 다시마도 넣는다. 지저분한 게 싫으면 플레이크를 안 넣어도 된다.
다시마는 적당히 끓으면 건져낸다. 면이 조금 설익은 상태에서 물을 덜어낸다. 물이 적을 경우 수프와 비비면 뻑뻑해지니 면 삶을 물을 컵에 받아놓고 농도를 조절한다. 짜파게티 수프와 올리브 조미유는 모두 넣고, 너구리 수프는 입맛에 맞춰 반 정도만 넣는다. 약불에서 면과 수프를 섞으며 면이 적당히 익을 때쯤 채끝살을 넣고 버무리면 완성.
‘너구리 마니아’라고 밝힌 봉 감독은 영화에 짜파구리를 넣은 것에 대해 “부잣집 아이라도 대단한 음식만 먹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로 ‘초딩’ 입맛에 맞췄다”며 “연교는 아이에 대한 과한 사랑과 과시욕을 담아 한우를 넣은 짜파구리를 만들어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의 설명에 맞춰 그릇에 담은 짜파구리 위에 트러플(송로버섯) 오일을 살짝 뿌리면 영화의 주제인 양극화가 입에서 느껴진다. 짜장라면과 섞인 채끝살의 고소한 육즙이 트러플 오일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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