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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아무도’와 ‘아무라도’는 하늘과 땅 차이… 포용의 사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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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아무노래’

‘참 세상이란 만만치 않더군/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더군’(카니발 ‘그땐 그랬지’ 중). 군사문화가 회식풍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무렵 ‘노래 일발 장전’은 풍습이고 예절이었다. 젓가락과 주전자까지도 악기로 동원됐다. “노래야 나오너라 쿵짜자 쿵짝/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자 쿵짝.” 자기 차례가 왔는데도 머뭇거리면 어디선가 힐난이 시작됐다.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아무노래나 불러.”

음악동네의 민주화는 드디어 ‘아무노래’라는 제목의 노래까지 탄생시켰다.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사진)가 부른 이 노래는 1, 2월 음원차트를 ‘올킬’하더니 지금은 스님마저 춤추게 하는 ‘아무노래 챌린지’가 번지는 중이다. 첫 마디부터가 축 처진 어깨를 툭 치며 들어온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그다음부턴 ‘아무’의 행진이다.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아무거나 신나는 걸로/아무렇게나 춤춰/아무렇지 않아 보이게/아무 생각하기 싫어/아무개로 살래’(지코 ‘아무노래’ 중).

‘아무’라는 단어가 기를 살리기보단 기를 죽이는 데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여긴 아무나 못 들어옵니다.” 선을 긋고 편을 나누니 눈치가 밥을 먹여줬다. 의인은 드물고 침묵은 길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나 혼자서 서 있는데/웬 사람이 다가와 눈짓으로 내게 묻기를/오고 가는 사람 중에 누구인가 찾으려는 거요/아니요 아무도 찾아볼 이 하나 없소’(김민기 ‘아무도 아무데도’ 중).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열심히 외쳐도 메아리는 희미했다. 진실보다 현실의 볼륨이 컸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신형원 ‘개똥벌레’ 중). 새는 죽어도 노래는 죽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않아도/혼자여도 좋아요/항상 노래하는 새들처럼/나는 노래할 테요’. 이 노래의 제목은 그냥 ‘노래’다. ‘바닷속 꿈나라’를 찾아 헤매던 ‘섬소년’(1974년 발표) 이정선의 철학이 온전하게 담겼다. ‘노래하는 이유를/왜냐 묻지 말아요/우리 살아가는 기쁨으로/나는 노래할 테요’(이정선 ‘노래’ 중).

살아가는 기쁨을 노래하려면 차별의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 ‘누군 힘들어 죽겠고/누군 축제’(‘아무노래’ 중). 노래방에 가면 난 이따금 동요모음에 있는 ‘모여라 꿈동산’을 선곡한다. 화면에 작사, 작곡자 이름이 뜨면 사람들이 놀란다. 사연은 이렇다. 방송사에 갓 입사해 어린이 프로그램을 배정받았는데 제목이 ‘모여라 꿈동산’이었다. 겁도 없이 조연출 주제에 주제가를 직접 만들었다. ‘숲길을 돌아 구름을 타고 꿈동산에 왔어요/새들은 날아 꽃들은 피어 노래하는 꿈동산/하늘 아래 땅 위에 모두가 친구죠/아무라도 좋아요 꿈동산엔 담장이 없으니까요’. 여기에도 ‘아무’가 등장한다. ‘아무도’와 ‘아무라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겁을 주는 교사는 담장을 지키고 희망을 주는 교사는 담장을 허문다.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의 초기작 중엔 교실이 등장하는 영화가 두 개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와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1991)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건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의 인생행로, 특히 말로에 해답이 있다. 행복은 성적이 아니라 성격 순이다. ‘행복의 나라’를 설계한 가수 한대수도 말했다. “인간은 공부하라고 태어난 게 아니다.” 송골매도 거들었다. ‘학교 가기 싫은 사람/공부하기 싫은 사람/모여라’(‘모여라’ 중).

행복을 회복하려면 지금 당장 부숴야 할 담장이 너무 많다. 그래서 또 양준일을 얘기한다. 그의 가슴에 30년의 빗장을 채웠던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한 마디. “난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게 싫어.” 혐오의 담장은 조금씩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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