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8.14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아무도’와 ‘아무라도’는 하늘과 땅 차이… 포용의 사회를 꿈꾸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지코 ‘아무노래’

‘참 세상이란 만만치 않더군/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더군’(카니발 ‘그땐 그랬지’ 중). 군사문화가 회식풍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무렵 ‘노래 일발 장전’은 풍습이고 예절이었다. 젓가락과 주전자까지도 악기로 동원됐다. “노래야 나오너라 쿵짜자 쿵짝/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자 쿵짝.” 자기 차례가 왔는데도 머뭇거리면 어디선가 힐난이 시작됐다.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아무노래나 불러.”

음악동네의 민주화는 드디어 ‘아무노래’라는 제목의 노래까지 탄생시켰다.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사진)가 부른 이 노래는 1, 2월 음원차트를 ‘올킬’하더니 지금은 스님마저 춤추게 하는 ‘아무노래 챌린지’가 번지는 중이다. 첫 마디부터가 축 처진 어깨를 툭 치며 들어온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그다음부턴 ‘아무’의 행진이다.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아무거나 신나는 걸로/아무렇게나 춤춰/아무렇지 않아 보이게/아무 생각하기 싫어/아무개로 살래’(지코 ‘아무노래’ 중).

‘아무’라는 단어가 기를 살리기보단 기를 죽이는 데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여긴 아무나 못 들어옵니다.” 선을 긋고 편을 나누니 눈치가 밥을 먹여줬다. 의인은 드물고 침묵은 길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나 혼자서 서 있는데/웬 사람이 다가와 눈짓으로 내게 묻기를/오고 가는 사람 중에 누구인가 찾으려는 거요/아니요 아무도 찾아볼 이 하나 없소’(김민기 ‘아무도 아무데도’ 중).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열심히 외쳐도 메아리는 희미했다. 진실보다 현실의 볼륨이 컸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신형원 ‘개똥벌레’ 중). 새는 죽어도 노래는 죽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않아도/혼자여도 좋아요/항상 노래하는 새들처럼/나는 노래할 테요’. 이 노래의 제목은 그냥 ‘노래’다. ‘바닷속 꿈나라’를 찾아 헤매던 ‘섬소년’(1974년 발표) 이정선의 철학이 온전하게 담겼다. ‘노래하는 이유를/왜냐 묻지 말아요/우리 살아가는 기쁨으로/나는 노래할 테요’(이정선 ‘노래’ 중).

살아가는 기쁨을 노래하려면 차별의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 ‘누군 힘들어 죽겠고/누군 축제’(‘아무노래’ 중). 노래방에 가면 난 이따금 동요모음에 있는 ‘모여라 꿈동산’을 선곡한다. 화면에 작사, 작곡자 이름이 뜨면 사람들이 놀란다. 사연은 이렇다. 방송사에 갓 입사해 어린이 프로그램을 배정받았는데 제목이 ‘모여라 꿈동산’이었다. 겁도 없이 조연출 주제에 주제가를 직접 만들었다. ‘숲길을 돌아 구름을 타고 꿈동산에 왔어요/새들은 날아 꽃들은 피어 노래하는 꿈동산/하늘 아래 땅 위에 모두가 친구죠/아무라도 좋아요 꿈동산엔 담장이 없으니까요’. 여기에도 ‘아무’가 등장한다. ‘아무도’와 ‘아무라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겁을 주는 교사는 담장을 지키고 희망을 주는 교사는 담장을 허문다.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의 초기작 중엔 교실이 등장하는 영화가 두 개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와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1991)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건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의 인생행로, 특히 말로에 해답이 있다. 행복은 성적이 아니라 성격 순이다. ‘행복의 나라’를 설계한 가수 한대수도 말했다. “인간은 공부하라고 태어난 게 아니다.” 송골매도 거들었다. ‘학교 가기 싫은 사람/공부하기 싫은 사람/모여라’(‘모여라’ 중).

행복을 회복하려면 지금 당장 부숴야 할 담장이 너무 많다. 그래서 또 양준일을 얘기한다. 그의 가슴에 30년의 빗장을 채웠던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한 마디. “난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게 싫어.” 혐오의 담장은 조금씩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많이 본 기사 ]
▶ 임대차法 부작용 속출하는데…또 참여연대에 끌려가는 정..
▶ ‘추미애 아들 사건 지휘’ 동부지검 차장 사의…줄사표 이어..
▶ 문 안 잠긴 모텔방 잠자는 여성 노린 20대 성폭행범
▶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1차관에 최종건 靑비..
▶ 현충원 안장 한달도 안됐는데…‘백선엽 파묘’ 입법절차 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정권교체” 45% vs “유지” 41%… ..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검언유착 사건 연수원 27기 ‘얄궂은 인..
“트럼프는 사기꾼·악당…섹스클럽 다..
우려가 현실로 … 서울 반전세 증가폭..
topnew_title
topnews_photo 앞서 출석요구 2차례 불응…경찰 “조사장소 조율중 사고”범죄 혐의를 받던 남성이 경찰의 출석요구를 따르지 않다가 집으로 찾아온 경찰..
mark‘추미애 아들 사건 지휘’ 동부지검 차장 사의…줄사표 이어질 듯..
mark현충원 안장 한달도 안됐는데…‘백선엽 파묘’ 입법절차 돌입한 與..
임대차法 부작용 속출하는데…또 참여연대에 끌려..
우물에 추락 227㎏ 거구, 뱃살이 벽에 끼여 생존
문 안 잠긴 모텔방 잠자는 여성 노린 20대 성폭행범..
line
special news 장예원 아나운서, SBS 퇴사 후 프리랜서 선언
장예원 아나운서가 SBS를 떠난다.SBS는 14일 “장 아나운서가 사표를 낸 것이 맞다. 오는 31일 퇴사한다..

line
[단독] 류호정 “원피스 한 장의 파장, 나도 놀랐다..
‘요지부동 국정’… 文대통령 지지율 40% 붕괴
서울서도 교회발 확진자 폭증…사회적 거리두기 다..
photo_news
‘봉투가 어디 갔지’…이해찬 성금 방송 해프닝
photo_news
손흥민 ‘70m 질주’ 원더골, ‘EPL 올해의 골’ 선..
line
[Review]
illust
美 첫 흑인 女부통령 후보 해리스…‘차명 부동산’ 실형 손혜원
[북리뷰]
illust
‘내 안의 악마를 봤다’… 日병사들의 참회록
topnew_title
number “정권교체” 45% vs “유지” 41%… 총선 넉달..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1차관..
검언유착 사건 연수원 27기 ‘얄궂은 인연’
“트럼프는 사기꾼·악당…섹스클럽 다니고 멜..
hot_photo
강성훈, ‘여고생 밀치고 욕설’?…..
hot_photo
‘카걸’ 유튜브 닫았다…‘테슬라 주..
hot_photo
박기영 “전 소속사 대표 법적조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