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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7일(月)
‘흙수저 덫’에 잡히고 취업난에 막히고… 20代 ‘공정성’ 인식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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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공정성연구회 분석 - ⑥ 세대 갈등 보고서

성장 정체 만성화한 한국사회
부모세대 능력 자녀에 대물림
‘끈적한 천장’선 富의 고착화

부모의 경제적 지위 낮은 세대
조건과 현실 불일치 간파하고
꿈 이루어진다는 희망 덜 가져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세대 간 공정성’이다. 한 사회 내에서 세대 간 자원과 기회 배분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사회 이동성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끈적한 바닥(sticky floors)’과 ‘끈적한 천장(sticky ceiling)’ 개념은 사회 이동성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보고서 ‘A Broken Social Elevator?’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자녀 세대는 상향 이동(upward mobility)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끈적한 바닥),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와 비교해 하향 이동(downward mobility)할 가능성이 낮으며 상층에 지속해서 머무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나타난다(끈적한 천장). 즉, 부모 세대 내 불평등으로 이어진 자녀 세대 내 불평등이 개인의 능력 형성부터 취업에 이르는 과정에서 역량, 기회, 자원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는 자연스레 사회 이동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경제성장이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는 시기에는 상향 이동의 기회가 줄어든 환경(세대 간 공정성 약화)이 조성되고 자녀 세대에 주어지는 기회도 부모 세대의 능력에 좌우돼(세대 내 공정성 약화) 전반적인 사회 이동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저성장과 취업난이 만성화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이렇다. 실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2005·2010·2014년의 경우 연령별·세대별 사회 이동성 평가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2005년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자신의 상향이동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와 경기침체가 반복되면서 20대의 사회 이동성 평가가 급격하게 비관적으로 변해 2014년에는 상향 이동 가능성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그림 1-1). 2005년의 20대와 2014년의 20대는 전혀 다른 현실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시점의 사회 이동성 평가를 세대별로 보면, 현재 20대와 30대에 속하는 1980년 이후 출생 세대의 상향 이동 가능성 평가가 10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2).

사회 이동성 인식은 공정성 평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의 사회 이동성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사회 이동성을 높게 평가하거나 소득 증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불공정 인식이 낮고 소득의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종합사회조사의 2003·2009·2014년 자료를 이용, 세 시점에서 측정한 연령별·세대별 분배 공정성 평가를 분석해 보면, 20대의 평가가 세 시점에서 모두 가장 부정적이다. 특히 최근 20대의 평가가 가장 부정적이다(그림 2-1). 이를 세대별로 살펴보면 현재 청년기를 지나는 1980년 이후 출생 세대의 분배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2010년대 전후로 급격히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세대의 분배 공정성 인식은 2003년에는 높은 편에 속했지만 2014년에는 가장 낮다. 또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분배 공정성 인식도 청년 세대에 못지않게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그림 2-2).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청년의 실업률이 역사상 가장 높고 노년의 빈곤율이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대 간, 세대 내 불공정은 사회 이동성뿐만 아니라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한 개인의 ‘꿈’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나 희망 등의 꿈조차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많다. 즉, 청년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능력 및 자원과 실제 자신이 보유한 능력, 자원 사이의 불일치를 간파하고 꿈을 조정한다. 자신이 소망하는 위치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이를 본인이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따라서 꿈은 자신의 현실에 대한 합리적 인지, 즉 ‘간파(penetration)’에 따라 형성된다. 2017년 한국 청년 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경제적 특성과 경제·문화·사회 자본의 영향력을 고려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현실에 대해 간파를 한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꿈을 덜 꾸는 것을 알 수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비해 실질적으로 부모의 경제력, 인맥, 지적 능력 등 동원 가능한 자원이 적다고 평가한 청년일수록 꿈이 달성되리라는 희망적, 낙관적 태도를 덜 갖는 것이다. 청년들은 성취를 위해 도전하면서도 현실과 한계에 대해 차가운 판단을 내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이 단순히 환상이나 감정적 측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간파라는 이성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상향 이동의 기회가 줄어든 환경인 ‘세대 간 불공정’과 삶의 기회가 부모 세대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세대 내 불평등’처럼 공정하지 못한 상태가 만성적인 사회는 희망이 없다. 구성원은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지각하는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할 의욕이 실종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하며 전반적으로 활력이 시들어 진보와 혁신의 동력이 멈추게 된다. 세대 간 공정성을 약화시키고 세대 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적 개입과 조정이 필요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우연·권시정·나윤영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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