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檢, 일단 수사하면 체면 살리려 기소” vs 尹 “수사·기소 분리땐 정권 수사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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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무죄 나도 책임 안 져”
윤석열 ‘기소 분리 불가’ 전달

“기소 안 하는 검사가 검사인가”
평검사 내부망 글에 찬성 봇물

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검사장 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검찰업무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 구자원 검사가 19일 검찰 내부망에 “기소하지 않는 검사는 ‘검사’인가”라는 글을 통해 추 장관을 반박하는 등 평검사들이 올린 글에 100여 개의 찬성 댓글이 실리며 반발기류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문화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윤 총장은 검사장 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에서 검사 작성 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기소와 재판을 준비하는 것이 수사 검사의 본연의 업무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윤 총장의 생각이다. 추미애 장관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가 정권 수사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확고한 이유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팀장을 맡으면서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본질적으로 수사에 방해만 된다는 것을 몸소 겪은 때문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당시 법무부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의 수사 의지를 꺾어 수사팀을 주저앉히기 위해 부장회의를 소집하도록 했지만 윤 총장이 나서서 부장들에게 ‘나를 믿고 맡겨달라’고 설득을 해서 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은 나이도 있고 수사에 관한한 자타공인이었으니 개인기로 돌파를 했지만 통상의 수사 검사는 주저앉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 장관의 수사·기소 분리 주장에 반대하는 일선 검사들의 주장도 계속 확산하고 있다. 구 검사는 “기소하지 않는 검사는 ‘검사’인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고 밝혔다. 구 검사는 검사장 회의를 공개하라고도 요청했지만,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검사장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제가 알기로는 없기 때문에 주요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박재억 대구지검 포항지청장과 김수현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등 선배 검사들은 “같은 생각이다” “법무부가 보여온 행태에 비춰볼 때 어떤 걸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초임 검사들을 지지했다. 앞서 대구지검 상주지청 이수영 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관이다.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수사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수사를 하고 이것을 반드시 기소하지 않으면 체면이 안 산다”며 “그렇게 무리하다 보니까 인권침해를 한다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무리한 수사를 한 검사가 이후에 책임을 물지 않는다”고 밝히며 수사·기소 분리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