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이 빚어낸 현대예술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돌하는 세계 / 아서 I. 밀러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1966년 뉴욕 맨해튼 렉싱턴가의 동굴 같은 미국 주방위군 본부 건물에서 열린 ‘아홉 개의 밤: 연극과 공학’ 행사는 예술가, 공학자, 과학자들이 함께 마련한 최초의 행사였다. 현대 예술가이자 예술과 과학의 접점에서 창조성을 찾는 저술활동을 해온 저자는 과학적 사고가 예술에 영향을 미친 변화의 본격적인 사례로 폐품으로 작품을 만든 로버트 라우션버그와 변기에 작가의 이름을 적어넣고 갤러리에 전시한 마르셀 뒤샹, 작품을 ‘찍어낸’ 앤디 워홀이 활동하던 시기부터 찾는데, 바로 이들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과 함께 ‘4분 33초’를 작곡한 존 케이지, 비트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 젊은 날의 수전 손태그까지 당대의 유명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곳에 떨어진 폭탄은 뉴욕 미술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 전시회를 주도한 사람은 놀랍게도 미국전신전화회사 벨 연구소의 물리학자 빌리 클뤼버였다. 그는 공학자들을 불러모아 예술가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모든 것이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과 예술이 충돌해 빚어낸 새로운 현대예술사를 써내려간다. 544쪽, 2만2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