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초비상>“확진자 경로 독자공개 말라” 보건당국 지침도 ‘뭇매’

지자체 신속한 정보제공 막아
혼란우려 불구 감염위험 높여

보건당국이 지방자치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 이동 경로를 독자적으로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신속히 정보를 공개하는 ‘속도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당국이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빌미로 되레 감염위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전날 대구·경북, 서울 성동구 등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지 5시간가량 지난 오후 2시쯤 홈페이지를 통해 환자 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감염 경로 및 접촉자 수는 여전히 ‘확인 중’인 상황이다.

보건당국의 늦은 대응과는 달리 대구시·경북도·성동구청 등 해당 지자체는 오전 9시쯤부터 발생 환자 정보와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대략적인 동선을 공개했다. 성동구 주민 신모(31) 씨는 “구청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받아 아침부터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정확한 역학 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질본이 기초적인 발생 현황이라도 빠르게 알려줘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당사자의 기억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내역, CCTV 등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의 독자적인 정보 공개가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공개가 지연되면서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추측과 가짜 정보가 뒤섞여 불안감이 더 확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늦장대응에 대해 박원순 서울 시장도 “실시간대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게 된다”면서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문제를 노출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