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코로나 충격에… “뉴욕증시 강세장은 끝났다”

안전자산 美국채·金 투자 몰려
Fed, 기준금리 추가인하 전망

“11년간의 강세장은 끝났다.”

미국 뉴욕증시가 9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자 캔터 피츠제럴드의 수석 마켓 전략가인 피터 세치니는 “(약세장 기준인) 단순히 20% 하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고가보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베어마켓)으로 분류된다. 다우존스와 S&P,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에서 19%가량 하락했다. 2009년 3월 9일 바닥을 찍고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던 뉴욕증시의 강세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이미 역수익률 곡선처럼 세계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지만 무시됐다”며 세계 중앙은행들이 수년간 금리를 억제해 주식시장을 억지로 뒷받침해 온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품이 이 정도로 확장되면 터지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개장 직후 S&P 지수가 7%대로 폭락하면서 4분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97년 10월 27일 ‘피의 월요일’ 이후 22년 만이다. 서킷 브레이커에도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에너지 회사들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JP모건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모두 13% 이상 폭락했다. 금융업종도 10% 이상 밀렸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급히 750억 달러(약 90조 원)의 유동성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지만, 주가 폭락을 막지 못했다. Fed에서 공개시장조정을 맡는 뉴욕 연방준비위원회(NY Fed)는 이날 하루짜리 초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한도를 12일까지 기존 10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렸다. 채권 가격이 급등해 채권 수익률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사흘 연속 하락해 0.501%로 내려섰다. 장 초반 0.318%에 거래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30년물 수익률도 처음으로 1%대가 무너져 0.938%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은 온스당 1700달러를 넘어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 완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Fed는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기준 금리를 0.75∼1%포인트 대폭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