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대만판 ‘차이나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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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지난해 6월 23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전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은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홍색(紅色) 매체’, 즉 친중 색깔을 띠는 신문·방송들에 대한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놀랍게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까지 지지를 표명하면서 “나는 시위가 대만 사회를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대만을 향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왔다. 이는 단순히 민족적 동일성 회복 노력에 머물지 않는다. 대만과의 통일은 서태평양 전체를 겨누는 군사 거점으로서의 중요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20위의 경제력에 직접적인 통제권을 부여하는 엄청난 전략적 수확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오래전부터 대만의 정당이나 매스컴 등을 경유하는 전략적 침투를 지속해왔다. 대만 내에서 뉴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한편, 이를 배포하는 매체, 나아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저널리스트나 학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친중 인사로 만들고, 주요 언론사들을 직접 인수하거나 자본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의지에 묶어두려는 등 피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수단은 중국 내에서 영업하는 대만 기업으로 하여금 대만 내의 신문·방송사를 인수토록 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대신 중국 내에서 각종 특혜를 받게 된다. 대만 제4위의 언론 그룹이 좋은 예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정보 전략을 “바다로 나가기 위해 배를 빌린다”고 표현한다. 플랫폼을 통해서는 중국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대량 유포하거나 반대로 가짜 뉴스와 댓글을 살포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 띄운 다음 이를 중국 내 언론이 인용 보도하고, 최종적으로 대만 주류 미디어를 통해 유통시키는 기법이 동원될 수도 있다. 반중(反中) 학자나 언론인에 대해서는 동시다발로 명예훼손 소송을 전개해 입을 봉쇄하는 술수를 동원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차이나 게이트’로 시끄럽다. 우리 내부에서 중국 내 특정 세력에 의한 여론 조작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만에 하나라도 중국의 정보 전략이 대한민국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진실 여부를 밝히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