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공장 가동률 평균 60% 불과… 올 사상 첫 ‘逆성장’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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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發 경제침체… 美·中 초유의 비상사태

공장 90% 이상 회복 발표에도
물류 차질 탓 공급망 회복 안돼
1·2월 생산·소비·투자 등 최악
5.5% 성장 실패 땐 ‘習 책임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세계경제 침체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온 나라가 발버둥을 치고 있다. 특히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초유의 비상사태에 걸맞은 각종 ‘슈퍼’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약발은 별로다. 전대미문의 대불황이 온다는 암울한 전망은 여전하다. 실물·금융 모두 바닥으로 치닫는 복합위기 상황을 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조만간 발표가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각종 1분기 경제 지표는 하나같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두 나라 모두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굴지의 항공·자동차 회사 공장은 셧다운에 들어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실업률 20%를 전망했다. 위축된 민간 소비는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터널로 진입하는 국면이다. 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4월 중순쯤 발표될 올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976년 문화대혁명 종료 이후 전 분기 대비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을 돌아보면 곳곳이 삐걱거리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90% 이상 회복됐다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발표는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지역별로 저장(浙江)성과 장쑤(江蘇)성, 상하이(上海)시, 산둥(山東)성, 광시(廣西)성, 충칭(重慶)시 등 주요 공업지역 공장들의 가동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는 설명은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23일 중국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공식 가동률 수치와 달리 대부분 공장은 생산 능력의 3분의 2 정도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신발 제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광둥(廣東)성의 신발 공장 가동률은 평균 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둥성 신발제조표준화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이동 제한을 받는 근로자들의 미복귀와 물류 차질로 공급망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해외 신규 신발 주문도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출 물량이 50% 감소하고 수익은 최소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남중국 미국 상공회의소가 23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중국 내 심각한 제조업 실태를 잘 보여준다.

이달 중순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32%는 부품 등의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다. 15%는 현재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러한 공급망 붕괴가 앞으로 1∼3개월 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89%에 달했다. 중국 당국의 가동률 통계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부품 공급 차질과 수요 급감 등으로 20∼30%에 그쳤다. 코로나19 방역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 서비스 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상당수 식당과 상점은 여전히 폐점 상태고 소비 위축으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종사자들은 임금 삭감과 해고에 직면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예상되는 중국 내 실업자 900만 명 중 60%를 서비스 부문 종사자로 지목했다. 도시 지역 3000만 명의 근로자는 30∼50%의 임금 삭감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에서 시작된 중국 내 공급망 붕괴는 생산 감소→기업 경영 위축 및 도산→실업 증가→소득 감소→소비 감소→물가 하락→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 수요 감소는 중국의 수출 급락으로 이어져 경기 하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올해 1∼2월 중국의 산업 생산과 소비, 고정투자, 수출, 실업률 등의 지표는 ‘최악’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중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2%에서 4.8%로 낮췄다. 호주연방은행은 4.2%까지 내렸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의 딩솽(丁爽)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남은 기간에 감세와 은행과 기업에 대한 재정 투입으로 1분기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올해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에 필요한 5.5% 안팎의 성장에 실패할 경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불거졌던 방역 대처 미흡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샤오캉 사회는 시 주석의 역점사업이다. 특히 3억 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취업 불안과 수백만 명의 도시 실업자 양산은 극심한 사회 불안과 함께 ‘시진핑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량 실업 사태는 오는 2022년 10년 임기를 마치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 시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대규모 재정·통화 정책 시행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원 등을 위한 1000조 원 이상의 재정정책에 시동을 걸었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감세, 인프라 건설을 위한 지방정부 채권 발행 등의 정책 수단에 그치고 있다. 5세대(G) 이동통신망과 인공지능(AI) 등 ‘신(新)인프라’ 투자로 경기 침체 위기를 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약 720조 원)에 달하는 정부 돈을 쏟아부어 10% 안팎의 성장을 기록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후유증으로 기업 및 지방정부의 부채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폭증했던 경험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정부·가계·비금융 기업) 비율은 245.4%까지 치솟았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