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위성 정당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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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위성 정당(satellite party)은 독재 체제에서 권력을 장악한 ‘헤게모니 정당’이 민주적 다당제라고 선전하기 위해 만드는 명목상의 정당이다. 구색 정당(bloc party)이라고도 한다. 위성 정당은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고, 헤게모니 정당 체제 안에서 작은 이익만 추구한다. 중국에는 공산당 말고도 국민당혁명위원회·민주동맹·민주건국회·민주촉진회·농공민주당 등 위성 정당이 있다. 북한도 노동당 독재 체제지만 조선사회민주당·조선천도교청우당 등 이름뿐인 정당이 존재한다.

위성 정당은 ‘관제 야당’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존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헤게모니 정당이 우당화(友黨化)한 것이다. 알바니아·베네수엘라 등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채택에 따른 위성 정당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4·15 총선을 앞둔 한국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성 정당은 당세가 약해서 집권 가능성이 희박한 민주주의 체제 내 ‘군소 정당’과는 구별된다. 공화·민주당 양당제가 확립된 미국의 녹색당·자유당 등이 군소 정당의 사례다.

한국에서도 전두환 정권 당시 야당은 사실상 위성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군부 세력이 만든 민주정의당이 헤게모니 정당이 됐고, 민주한국당·한국국민당이 야당으로 존재하기는 했지만, 집권당과 협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관제야당 또는 2중대·3중대라는 말을 들었다. 위성 정당은 대체로 민주주의가 정착하면 사라진다. 한국의 민한당과 국민당은 제12대 국회의원 선거 때 김영삼·김대중의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1야당으로 올라서자 몰락했다. 대만에서도 국민당과 연합했던 중국청년당·민주사회당이 장제스(蔣介石) 독재 종식과 함께 세력을 잃었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두 헤게모니 정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있다. 손혜원 의원·정봉주 전 의원이 친 조국 인사들을 끌어들인 열린민주당을 만들어 여당 ‘3중대’ 역할을 자임한다. 모두가 여당이 군소 야당을 끌어들여 만든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서 비롯됐다. 관제 야당을 만든 전두환 정권의 정치 공작에 그렇게 반대했던 세력이 ‘귀태(鬼胎) 정당’들을 낳은 셈이다. 유권자 심판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