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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5일(水)
“총선 후 ‘경험하지 못한 위기’ 닥칠것… 정책전반 대전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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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 서 있는 기념비에 새겨진 안 의사의 단지(斷指) 직인 위에 손을 얹은 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김황식 前 국무총리

총선 승패 무관하게 위기 증폭
새출발 못하면 나라근간 위태
코로나發 경제타격 이제 시작
극복하는데 상당 시간 걸릴듯

민생경제 회복·국민 통합 위해
대통령·여야 정치권 타협 필요
최저임금·주52시간제 논란 등
완급 조절할 수 있는 좋은기회

정부 성급한 자화자찬 부적절
끝난후 평가 받겠다 생각해야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여야 정치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겪어본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이 대오각성해 새 출발을 하지 않으면 나라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가겠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국가 간 협력관계가 정상화하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4월 총선거 이후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여권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야권의 패스트 트랙 관련 사건, 이른바 비례위성정당의 뒷정리,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문제에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소위 대권주자 간에 과당경쟁이 펼쳐지면서 나라는 혼란스럽고 정치권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국민 대타협과 대통합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우선 현 정부가 3년 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 전반을 검토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은 미증유의 비상시기”라며 “최저 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및 친노동정책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왔던 국정 운영 기조를 명분 있게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제는 헌법상의 권력 구조를 바꿀 때가 된 만큼,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개헌론이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은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정치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겠지만, 광장의 목소리에 의존해 정치가 이뤄진다면 이는 결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요소가 되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대북 정책과 관련, “포용 정책을 편 정부에서는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생겨났고, 대북 강경 정책을 편 정부에서는 북한 동포를 한민족으로 보듬어 안는 인도적 지원 정책이 약화하는 등 그동안 냉·온탕을 왔다 갔다 했다”면서 “북이 도발하면 곧바로 괴멸시킬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당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북한 주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강온 투 트랙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김 전 총리는 “이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리더”라며 “너무 저평가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남산 밑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실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걸쳐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감염병 문제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전쟁 말고는 가장 심각한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다. 우리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 세계가 다 겪으며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정돼도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게 세계경제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위중한 사태다.”

―감염 확산은 통제되고 있지만 경제 위기는 시작 단계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감염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지만, 문제는 경제다. 세계경제와 국제 관계에 있어 발생한 어려움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국내적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특히 민생경제와 관련해서 영세 자영업자, 근로자, 서민들의 생활이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다. 국가가 그걸 관리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보나.

“급변하는 사태를 예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지만 예견하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에 정부가 한 발짝씩 늦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진단 검사를 해 확진자를 찾아낸 것은 잘한 일이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잘한 일이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나서서 힘을 보태는 것은 과거 공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물겹게 고마운 일이다.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나.

“정부는 감염병 사태의 다양한 진행 상황을 예견하고 그에 따른 플랜 등을 준비해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확진자의 증가 속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을 어떻게 구분해 처리할지, 특히 병상을 어떻게 확보하고 배분할지 등에 관해 사전 준비가 필요했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 마스크 문제는 비교적 심플한 문제였다. 생산능력에 따른 공급능력이 얼마이며 수요는 어떤지 따져봐서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잘 배분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정부가 안이하고 낙관적으로 대응하면서 혼란을 야기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잘못이다. 특히 의료진조차 마스크나 방호복 등 방역물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대통령 독식 권력구조 바꿔야… 21대 국회서 진지하게 개헌논의를”

30년된 ‘대통령 중심제’ 폐해
제왕적 권한행사로 분열 야기
대화·타협 시스템 만들어야

한·일관계 이대로 놔둬선 안돼
우호 맺고 형제국된 獨佛처럼
경쟁하며 협력할 건 협력해야

對北 인도적 지원·교류하면서
도발땐 바로 응징태세 갖춰야
포용-압박 두 전략 병행 필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응 모델은 세계적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왜 나왔다고 보나.

“국민도 정부가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가 공감하고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잘한 부분이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서운한 대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서운한 생각이 있어도 꾹 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이 끝난 후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를 가져야지, 굳이 중간중간 설명을 하면서 제대로 평가해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런 점은 공직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럴 때 공직자의 자세는 어때야 하나.

“국민은 정부 공직자들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빨리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설령 조기에 성과를 못 내더라도 정부가 진솔하고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의 협력을 구한다면 국민은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마스크가 부족하면 실정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싱가포르 총리가 국민에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정답이다.”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자, 지난 2월 8일 9분 동안 생방송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리 총리는 “공포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며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안심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솔직하고 담담하게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했다.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은 “위기관리의 아름다운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와 4·15 총선이 겹치면서 국가적 위기가 증폭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거 승패가 어느 쪽으로 가든 나라가 혼란스럽고 정치권도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본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이 총선 이후에 대오각성해 새 출발을 하지 않으면 나라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위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문제 해결의 주체는 여야 정치권이다. 그러나 주도적인 역할은 정부·여당의 몫이다. 정부·여당이 국민과 사회를 통합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지금은 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만약 지금까지 해 온 정치 싸움과 편 가르기가 계속된다면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무엇부터 해야 하나.

―“변화된 상황에 따른 국정운영 전반에 관한 재검토와 정책 전환, 그리고 편 가르기가 아닌 국민 대통합의 노력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지금이 비상시국’이라는 생각을 갖고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해야 할 때다. 국정 기조를 점검해서 최저임금 문제나 근로시간 문제 등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문제를 바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을 살려야 한다. 규제를 혁파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느낄 수 없다는 말이 많다. 친노동자 정책 때문에 기업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기 힘들다고 가업 승계도 안 하고 처분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일은 막아야 한다.”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지만, 정치 현실은 정반대다.

“독일 정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독일은 거대 양당인 좌파정당과 우파정당, 사민당과 기민당이 대연정을 하기도 한다. 지금도 4번째 대연정을 하고 있다. 선거 때는 정책과 공약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며 싸운다. 그러나 대연정을 하기로 하고 협상을 시작하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차이를 조정, 단일 공약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든 연정협약서가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의 경우 예컨대 감세·증세, 복지 증대·축소 등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문제조차도 서로 타협해내고 있다. 우리도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정책 등 주요정책에 대하여 여야가 타협해 서로가 주고받으며 절충할 수 있다”며 “그러지 않으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의 정치 형태가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하나.

“독일과 우리는 정치 현실과 풍토, 역사가 달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정당 민주화가 미흡한 우리 실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우선 독일에서 배울 것은 권력 분산이다. 우리는 소선거구제라서 과반 득표를 안 하고도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대통령도 30%대만 득표해도 당선될 수 있다. 우리도 권력구조 개편을 생각하면서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한다 해도 양당 중심의 국회가 돼서 1당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보다 여러 당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통령도 어느 한 당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당을 상대하게 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개헌론이 본격화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의 대통령중심제는 1987년 헌법 개정 때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고 특정 세력의 장기 집권을 막자는 것이다. 지금은 장기 독재의 위험이 없어졌다. 국민의 민주화 욕구도 실현됐고, 민주 국가가 됐다. 30년 넘게 제도가 유지되면서 폐해로 나타난 것이 단임제 대통령의 권력 독식과 제왕적 권한 행사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어떤 관계인가.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가선 안 된다. 이웃 나라로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이웃 국가는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이사를 보낼 수도 없다. 정치인들이 한·일 관계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거나 자신의 주관적 정치관을 실현하는 데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한·일 관계를 경쟁과 협력, 선린우호 관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독일과 프랑스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한·일 관계 이상으로 앙숙이었다. 1963년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총리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독·불 우호조약을 체결한 이후 양국은 수많은 교류를 추진하면서 우호 관계를 형성했다. 조약에는 양국 정상이 1년에 적어도 3번 이상 만나도록 정해져 있고, 장관들도 수시로 만나도록 하고 있다. 각종 교류를 통해 형제국으로 변모했고 그 기반 위에 유럽연합(EU)이 탄생했다.”

―양국 국민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 같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일본이 과거에 잘못한 것을 독일처럼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반성할 만큼 했는데 왜 자꾸 하라고 하느냐고 불평한다. 또 전쟁 책임도 없는 후세대에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일본에서 강연하면서 청중에게 과거 한국에 대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아느냐고 물어본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행한 창씨개명, 한국말 사용금지 등 혹독한 식민정책을 설명하면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잘 모른다. 알고 나면 그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요컨대 상호 간의 교류와 이해가 있어야 한·일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려 갈 수 있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해 서로 간 이해의 폭을 넓혔고 청소년이 교차 방문해 홈스테이를 통해 교류의 폭도 확대했다.”

김 전 총리는 일본인을 이해하는 세 가지 코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일본인 스스로가 2차 세계 대전의 가해자이지만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 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원자폭탄 피해를 본 나라다. 일본인 의식 속에는 ‘우리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는 일본은 천황제 국가로서 국수주의가 강하다는 것이다. 같은 전범 국가인 독일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기독교 윤리관이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일본은 신도이즘이라는 독특한 종교관을 갖고 있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위치다. 독일은 내륙국가로 10여 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접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일본은 섬나라로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그 필요성이 훨씬 작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본이 갖는 한계이고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서 일본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 비핵화 등 남북,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 비핵화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우리는 북핵을 용인할 수 없고, 유엔의 제재 틀 안에서 보조를 맞춰 가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교류와 지원은 필요하지만, 북핵은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핵은 용인하지 않으면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함께 할 수 없는 일을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둘이 같이 가야 남북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동안 진보와 보수 정권에 따라 대북 포용 정책과 강경 압박 정책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젠 한 정권 안에서 두 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북이 도발하면 곧바로 괴멸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외교부나 통일부는 북한과 교류·협력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한 정권 내에서 정부 부처에 따라서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통일정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될 것이고 남남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나.

“굉장히 실용적인, 실사구시 하는 분이다. 금융위기 극복도 그렇고 평창동계올림픽유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도 그분의 기업가적인 소양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정운영과 관련해 격의 없이 소통을 열심히 했다. 가령 현안에 대해 네댓 사람이 모여 토의하는 경우, 이 전 대통령은 백지에 메모하면서 말씀하시는 습관이 있는데, 다른 참모가 이 전 대통령이 쓰고 있던 메모지를 뺏어서 자기가 메모하면서 자기주장을 하는 일도 있었다. 토론 결과를 수용해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유연했다. 능력이나 행동 양식이 괜찮은 대통령이신데, 너무 저평가돼 있어 안타깝다.”

인터뷰 = 유병권 정치부장 ybk@munhwa.com
e-mail 유병권 기자 / 정치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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