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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0일(月)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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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 예술은 어둠을 몰아내는 기수(旗手)가 돼야 한다. 해가 아름다운데 구름이 껴서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구름을 찢어 광선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빛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 내 그림은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세계화다. 하늘을 보기 위해, 갇히지 말고 무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프랑스 파리의 도미니크수도원에서 지내며 스테인드글라스·회화·도자(陶磁) 등의 작품 활동과 가톨릭 사제(司祭) 역할을 병행하는 김인중 신부(80)의 말이다. 한국화와 추상화를 접목한 선(線)과 여백과 색채의 밝고 강렬한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그는 ‘빛의 화가’ ‘빛의 사제’ ‘스테인드글라스의 왕’ 등으로도 불린다.

그의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 종주국인 프랑스를 비롯,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지에 있는 세계 유수의 성당 40개 가까이에 설치됐다. 1789년 프랑스혁명 후 전시회 공간 등을 일절 내주지 않던 파리의 노트르담성당은 200여 년 만인 2003년 그의 작품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착좌(着座) 25주년 기념전을 열기도 했다. 프랑스 앙베르와 호주 애들레이드에는 김인중미술관이 지난해 각각 건립·개관됐다. 1963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 후 고교 미술 교사로 봉직하다가 1969년 스위스로 유학 간 그는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이듬해 파리에 정착했다. 세계를 무대로 작품 활동을 하며 이룬 그의 성취와 예술세계는 거의 모든 미술평론가에게 극찬 대상이다.

저서 ‘김인중-획을 긋다’를 2015년 펴낸 프랑스의 드니 쿠탄은 “김 신부가 회화에서 인상파 화가 폴 세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야수파 앙리 마티스, 도자에선 입체파 파블로 피카소를 계승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페데리카 도나토는 “천상의 움직임과 지상의 노래가 공명하는 그림”이라고도 했다. 회화 100점, 스테인드글라스와 도자 20점을 선보인 그의 화업 60년 회고전 ‘빛의 꿈’이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 18일 개막해 오는 4월 4일까지 계속된다. 그가 어릴 때 배워 요즘도 작품을 창작하면서 자주 흥얼거린다는 ‘독립행진곡’ 메시지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자리다. 1946년 발표된 박태원 작사, 김성태 작곡의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삼천리 이 강산에 먼동이 튼다’ 하고 시작하는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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