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보다 무서운 권력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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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총선 이후의 나라가 더 걱정
분열·갈등 부를 지뢰 수두룩
정국 주도권 투쟁도 더 격화

3년간 두들겨 맞은 대한민국
이젠 망치 아닌 디딤돌이 필요
변화 불러올 ‘한 표의 소중함’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상응하는 정부를 갖는다. 불과 12일 앞으로 다가온 4·15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유권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선거 결과보다 이 문제에 더 쏠려 있다. 주요 정당이 추구하는 나라의 모습이 지금처럼 극명하게 갈렸던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성장과 분배, 효율과 평등, 집중과 민주, 동맹과 민족 등을 놓고 격렬한 대결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확고한 공통의 지향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 ‘자유’가 빠진 훨씬 더 넓은 의미의 ‘민주주의’를 추구하면서 생긴 일이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뒤에 정국 주도권 투쟁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연루 의혹이 제기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둘러싼 여야 충돌, 여기에다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국론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정치적 이슈들이 지뢰처럼 수두룩하게 놓여 있다. 지금까지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 진영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나라 전체를 멍들게 만든 국정 운영 세력들이 계속해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는 공포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망치를 가진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문제를 풀 때 다른 방식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아는 방식만 고집할 때 쓰는 말이다. 현 집권층은 현실보다 이념을 중시했고, 능력보다 코드를, 반성보다 변명을 앞세워 왔다. 두산중공업은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만 해도 매출 4조7000억 원, 영업이익 2800억 원을 기록해 주식 한 주 가격이 2만 원이 넘던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탈원전 3년 만에 주식은 3000원대로 폭락했고, 정부로부터 1조 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했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물론 경남 남부지역 선거구에서 “탈원전은 재앙”이라는 한탄이 쏟아진다.

탈원전의 문제는 이런 안타까움 차원을 넘어 국가적 자해극이다. 탈원전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어떤 폐해를 끼쳤는지 차기 정권에서 반드시 밝혀야 한다. 원자로 폭발 위험이 없는 가압수형 원전과 비등수형 원전조차 구분하지 못한 원전 문맹이나, 환경 맹신주의에 빠진 사람이 결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형 원전은 모두 가압수형 원전이지만 2011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원전은 비등수형이다. 미세먼지 폭격이 올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념과 코드에 빠져 잘못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으면 염치도 잊는 법이다. 이번 총선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역대 최악의 퇴행 선거가 됐다. 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과 연계한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소수당의 의석수를 늘려 줄 수 있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미끼로 정의당 등 범여 성향의 야당을 꼬드겨 ‘4+1’ 협의체를 만들어 놓고서는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창당하자,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대표 정당을 창당해 이들의 뒤통수를 쳤다. 야당을 경쟁자가 아닌 없애야 할 적으로 만든 민주당의 행태는 반(反)민주주의다.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조선 시대 ‘조광조’에 비유하며 ‘조국 수호대’를 자처한 정당 출현은 한국 정치의 수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무차별 강행, 탈원전 등 반기업·반시장 정책과 현금 퍼주기 복지 정책, 안보 불안과 한·미 동맹 약화를 초래한 외교·안보 정책 등이 브레이크 없이 강행되면서 국가 경쟁력과 면역력은 거의 소진됐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수출은 줄고, 경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위기에 빠졌다. 대한민국은 전체가 골병이 들었다. 국가 전 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국난 수준의 위기를 망치 하나로 이겨낼 수 없다. 집권 세력의 잘못된 권력 행사를 막을 수 없다면, 망치가 아니라 연장통을 들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을 망치 하나로 두들겼던 집권 세력이 스스로 망치를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장통을 들게 하는 길은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집권 세력 리스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위기를 넘고 나라도 국민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