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튀’위기 쌍용차, 정부에 ‘SOS’

마힌드라 2300억 투자 철회
예병태 사장 “도움 요청할 것”
지엠·르노삼성도 불안 커져

외국 자본에 또 ‘먹튀’ 당할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가 결국 정부에 ‘SOS’를 쳤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2300억 원 투자 계획을 철회한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계 모기업 사정이 나빠진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전날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안팎에서는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기술만 빼먹고 도망갔을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는 2004년 상하이차에 팔렸는데, 상하이차는 유동성 공급과 1조2000억 원 규모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연구 인력을 중국 본사로 빼돌리고,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했다. 농기계가 주력이던 마힌드라도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2013년부터 자국에 SUV를 출시했고, 지난해 기준 인도 시장 점유율 3위 자동차 회사(1위 마루티, 2위 현대차)로 성장했다.

한국지엠은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적 출시로 내수 판매가 살아났지만,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GM 위기가 심화할 경우, 한국지엠에 10년간 총 63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차도 신차 XM3가 국내에선 안착했지만, 르노그룹 공장이 세계 곳곳에서 가동 중단된 와중에 XM3 유럽 수출물량을 배정받기는 쉽지 않다. 노사 갈등 탓에 르노 본사가 르노삼성차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