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이해찬 선심성 발언 ‘불공정·월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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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은 부적절했고, 이를 뒤집은 해명은 사려 깊지 못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대표는 8일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가진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1조 원대 사업인 방사광가속기 언급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당 대표 비서실 명의로 ‘정정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그 발언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충북도와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괄호 부분의 발언이 생략된 것’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방사광가속기 유치 의향서를 접수하는 마감일이었다. 과기정통부는 29일 유치계획서 접수에 이어 5월 7일 현장 확인을 거쳐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좋다가 만’ 전남(나주)이 실망한 것은 물론이고, 의향서를 제출한 충북(청주), 경북(포항), 강원(춘천) 등은 “공모사업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정정 공지문에는 충북과 전남만 언급돼 있어 여기에서 배제된 경북, 강원을 ‘들러리’ 취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의 질의를 받은 과기정통부는 “정부 입장이 아니다.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될 일이면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의 애초 발언은 4·15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으로 해석될 수는 있다. 그러나 국책사업 공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특정 지역 지지를 했다가 몇 시간 뒤 정정한 것에서 여당 대표의 무게감을 찾아볼 수 없다. ‘과정은 공정하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념까지 여당 사령탑이 무시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우천 전국부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