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급과잉 없었다”…감산합의에도 북미 석유사 줄폐업

美석유소비 30년來 최저인데
재고 증가폭은 사상 최대규모
캐나다 업체들 생산량 줄이기

美·러·사우디, 감산효과 강조
“하루 2000만 배럴 줄어들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산유국들이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가운데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 원유생산업체들도 줄줄이 생산량을 줄이고 휴·폐업에 돌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 감산에도 공급 과잉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는 일제히 “실제 감산 효과가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각각 세계 1위와 5위(2018년 기준) 산유국인 미국, 캐나다는 12일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OPEC 산유국 협의체)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악화한 시장 상황 때문에 북미지역 원유생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4월 첫 주 미국 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19% 감소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원유 재고는 주간 증가 폭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휴스턴 소재 시먼스에너지 분석에 따르면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 세계 석유 비축공간은 60일 이내에 바닥날 전망이다. 캐나다의 경우 현재 나흘치 생산량 비축공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며 미국은 전체적으로는 좀 더 여유가 있지만 생산자별로 편차가 있는 상황이다.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북미 원유생산업체들은 감산이나 생산중단에 내몰리고 있다. 대형 에너지기업인 콘티넨털리소스는 4∼5월 원유생산량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베이커휴즈는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시설(리그)이 3월 800대에서 현재 약 600대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텍스랜드 페트롤륨 LP는 1211개 유정을 폐쇄하고 5월까지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짐 윌크스 CEO는 “지금껏 이런 일은 없었다. 아무리 형편없는 가격에라도 항상 석유를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EIA는 4월 현재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3월 대비 약 5% 감소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원유생산업체들 역시 현재 하루 평균 32만5000배럴을 이미 감산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OPEC+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오히려 1.5%(0.35달러) 하락한 배럴당 2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북미 내 주요 원유 산지로 꼽히는 미 텍사스주와 캐나다 서부에서는 실거래가가 배럴당 10달러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규모 감산 합의에도 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미·러·사우디 등 감산을 주도한 국가들은 일제히 감산 효과를 부풀리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OPEC+가 바라보는 숫자는 하루 2000만 배럴 감축이다. 일반적으로 보도되는 1000만 배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OPEC+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르웨이 등도 감산 의사를 밝혔다”며 5∼6월 전체 감산량이 하루 1500만∼20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도 실제 감산 효과는 1950만 배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5월 인도분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7.30달러 낮게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4월 인도분 할인 폭보다 배럴당 4.20달러 낮은 것으로 사우디가 공급과잉에 따른 저유가 국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 할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