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개발공약보다 경기침체 악재 대비를

4·15총선에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공약이 난무했습니다. 지역마다 교통망 확충을 비롯한 개발 공약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면제 검토 등 표심잡기 공약이 횡행했지요. 수도권에서 화두가 된 교통 개선 개발 공약은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었습니다. GTX-C 노선(수원∼양주 덕정) 연장과 역 신설 등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GTX A∼D노선 조기 착공과 연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요. 또, 신분당선 서북부(용산역∼은평, 고양시) 연장,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김포공항∼고양시, 강동구∼하남시), 서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개별 사업당 예산이 1조 원 이상 들어가는 공약이 많았지요. 여기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전면 해제,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사실상 면제), 공공기관 이전 등 지키기 쉽지 않은 공약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들 개발사업을 제대로 펼치려면 4년 동안 올해 국가 예산(약 527조 원)의 10배를 투입해도 모자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역발전을 위한 선거 공약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고, 지하철이 들어오고, 대형 건축물과 공원 등이 들어서면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입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 공약은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내세우는 사업이어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거창한 개발 공약일수록 주변 부동산 시장을 부풀렸다가 꺼지게 하지요. 언제 실천될지도 모를 장밋빛 청사진에 투자자들이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선거 공약을 요물(妖物)이라고 하는 이유이지요. 4·15총선에서 각 당과 출마자들은 역대 어느 때보다 부동산과 집값에 영향을 미칠 공약을 많이 내세웠습니다. 이들 선거 공약 중 일부가 실제 개발에 들어가면 주변 집값이 오르는 등 수혜를 입는 부동산도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 공약을 믿고 주변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지요. 더구나 주택 등 주거시설과 오피스텔 시장은 개발 공약보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경기)에 더 민감합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획기적인 교통개선과 대형 개발사업이라는 공약 호재가 있어도 기대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선거 때면 나오는 실현 가능성 없는 개발 공약에 현혹돼 ‘묻지 마’ 투자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 자체가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들은 개발 공약 호재보다 경기침체 악재를 더 주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