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7.6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경제일반
[경제] 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0일(月)
경제적 지위 아닌 ‘주관적 계층 지위’ 낮을수록 “취업 불공정”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 ⑮ 취업·일자리 불공정 보고서

자신이 가진 인적·사회자본 등
‘관계망’ 언제든 활용 가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 높다’고 느껴
나아가 취업기회 공정하다 인식

스스로 “계층 낮다” 인식 부류는
높은계층‘지위이용’합리적 의심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다고 생각할수록 우리 사회의 취업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 소득 등에 기반한 단순한 경제적 지위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계층’에 따라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이 달라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제도와 규칙에 존재하는 실재(實在)가 아닌, 구성원의 평가와 인식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에 대한 시각은 하나로 모이지는 않는다.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회제도나 구조에 배태된 규칙들이 사람들을 불평등하게 취급해 불공정성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차별대우도 적합한 차이에 근거하고 있으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제한된 자원의 분배나 의사 결정 권한의 행사를 두고 야기되는 공정성의 문제는 주어진 규칙에 배태된 것이 아니라, 그 규칙을 정하고 적용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인식에 달려있을 수 있다.

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와 누리는 부의 수준은 공정성 인식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잘살면서 차별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 힘든 삶을 살고 있으나 불만이 없는 사람들의 케이스를 보면 사회·경제적 지위와 공정성 인식 간 관계에 대한 일면적 판단은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성 인식에 사회계층이 미치는 영향을 살필 때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계층을 분리해야 한다. 두 유형의 지위가 공정성 인식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수집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분석해보면 응답자의 주관적 계층과 개인 소득의 상관계수는 0.184, 가구소득과의 상관계수 역시 0.225로 그리 높지 않다.

▲  구직자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적 지위일까 아니면 주관적 계층일까. 경제적 지위만 높은 사람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취업에 대한 공정성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을까.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취업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단계적 다중회귀분석을 해보면 성별·연령·학력 변수만 투입했을 때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은 학력이 높을수록 긍정적이고, 연령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응답자의 학력과 연령에 따라 취업의 공정성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응답자의 주관적 계층을 묻는 문항과 경제적 지위를 가늠할 수 있는 가구소득을 각각 추가로 투입해 회귀분석을 하면, 취업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응답자의 인식은 가구 소득이 아닌 주관적 계층 인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앞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던 학력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연령의 영향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즉 응답자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게 인식할수록 취업 기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취업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강한 점을 알 수 있다.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계층이 갖는 결정적인 차이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망(network)’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주관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경제적 지위만 높은 사람에 비해 인적·사회·문화 자본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비슷한 지위를 갖는 사람들과 활발하게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관계망이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와 친인척의 관계망과 강하게 또는 느슨하게 연결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점으로 미뤄 볼 때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위는 경제적 지위가 아닌 주관적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연령을 독립변수로 하고 주관적 계층 인식을 조절 효과로 해 취업 기회의 공정성 인식을 분석해 보면 주관적 계층과 연령 효과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즉 젊은 층에서 주관적 계층 인식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취업 기회 공정성 인식의 격차는 중장년층에 비해 크게 벌어져 주관적 계층 인식과 취업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젊은 세대에서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주관적 계층이 높은 사람이 취업 과정에서 자신의 관계망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업 기회를 비교적 공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결과는 오히려 자신의 주관적 계층을 낮게 인식하는 사람들의 경우 주관적 계층이 높은 사람들이 취업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각종 미디어와 직·간접 경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채용비리의 사례는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된다.

취업 기회의 공정성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수의 관계를 나타낸 ‘공정성 인식 대응분석’ 그래픽을 보면 젊은 세대가 갖는 ‘합리적 의심’의 이유가 보인다. 그래픽의 연령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 점수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 관계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그래픽을 보면, 30대에서 50대의 인식은 5점 이상의 큰 값들이 주변에 분포해 지위에 대한 인식 분포의 편차가 크지 않다. 반면 19∼29세 응답자가 갖는 주관적 계층에 대한 인식은 1∼4점 사이의 낮은 점수와 8∼10점의 높은 점수 사이에 있어 인식의 편차가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나타나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학교에서 사회로 진출하는 취업 새내기들 가운데 자신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크게 양분돼 있고, 이들이 갖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가늠하게 한다.

취업을 흔히 ‘좁은 문’이라고 한다. 매해 비슷한 연령의 비슷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그 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문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기업의 임원이나 인사 관련 직무를 맡는 사람들이다. 취업이라는 좁은 문 앞에서 이들에게 나에 대한 호의적인 정보 하나 전달해 줄 수 있는 관계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문을 통과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관계망은 경제적 지위만으로는 가질 수 없고, 주관적 계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주관적 계층이 높은 사람이 취업의 기회를 공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블라인드 채용을 비롯해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이 스스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낮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제도로 인식될 수 있을 때까지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확대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블라인드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김지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많이 본 기사 ]
▶ 대검 “추미애, 尹수사지휘권 박탈은 위법”
▶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끊어
▶ 양기대 “박지원, DJ 잘 봐달라며 정치부장에 무릎꿇어”
▶ 권민아는 왜 폭로했나… ‘합숙생활’이 키운 K팝 그늘
▶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했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
‘검찰 장악’은 독재 완성의 길목
topnew_title
topnews_photo 정은경 “증식 잘되고 감염부위와 결합 잘해 전파력 높을 것으로 추정”526건 유전자 분석 결과 이태원클럽-광륵사 등 333건서 GH 그룹 검..
mark양기대 “박지원, DJ 잘 봐달라며 정치부장에 무릎꿇어”
mark권민아는 왜 폭로했나… ‘합숙생활’이 키운 K팝 그늘
대검 “추미애, 尹수사지휘권 박탈은 위법”
‘특임검사 필요’ 검사장 의견 공개한 윤석열…최종..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
line
special news 손예진, 할리우드 진출한다…이선균 합류도 관심
앤드루 니콜 신작 ‘크로스’ 세부 논의 중배우 손예진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소속사 엠에스팀엔터테인먼..

line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
美송환 피한 손정우 1년2개월만에 석방…추가 처벌..
이해찬 “靑·政이 정책 결정뒤 요청하는 黨政협의 받..
photo_news
‘시네마천국’ ‘황야의 무법자’ 영화음악 거장 모..
photo_news
‘물리학자’에서 ‘헐크’로 변신한 디섐보, PGA ..
line
[전지적 문화 시점]
illust
‘블랙핑크 스타일’ 글로벌 名品이 되다
[자동차]
illust
잘 빠진 N라인 꿈꾼다… 현대車의 ‘고성능’ 승부수
topnew_title
number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신고…경..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사 학..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조기경..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는 문의
hot_photo
양키스 다나카, 스탠턴 강습 타구..
hot_photo
우혜림·신민철 웨딩마치…“예쁘게..
hot_photo
다저스 프라이스, 142억원 포기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