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감염 우려 병원 안가면 病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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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안심병원’이용 권고

전국 344곳…감염 불안 해소
호흡기 환자의 동선 별도 관리
의료진 보호구 완비,방역 철저

병원 방문 아예 불가능하다면
전화 상담·대리처방도 가능해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최모(56) 씨는 고혈압 증세를 겪는 만성질환자다. 최근 건강검진에서는 당 수치도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인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관련 약제를 꾸준히 복용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는 병원을 한 차례도 찾지 못했다. 기존에 잡아뒀던 진료 예약도 취소한 뒤 무기한 미뤄두고만 있다. 괜히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만성질환은 약제뿐만 아니라 식이 조절 등으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할 것 같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 어찌 될지 모르지 않느냐”며 “약이 떨어졌지만 병원 방문은 잠시 미뤄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대표적인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등 병원이 ‘치료’가 아닌 ‘감염’의 공간으로 부각되면서다. 만성질환은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진행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때아닌 ‘진료 공백’이 벌어지면서 관리 소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병원을 방문하는 외래환자는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태스크포스(TF)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임시회관에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공동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중소병원 62곳이 참여해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의료기관들의 일 평균 외래환자 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은 평균 3.8명이 증가한 반면, 2월은 평균 44.5명 감소, 3월은 평균 88.9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외래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일 평균 입원환자는 전년 동월 대비 1월은 평균 2.3명 감소했으며 2월과 3월은 각각 2.9명, 8.5명 줄었다.

고혈압은 다수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가진 기저질환으로 꼽히기도 하는 등 만성질환은 그 자체로는 큰 위협이 아니지만, 다른 주요 질병을 앓게 됐을 때 치료 경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한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측면이 있더라도,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 받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우선 국민안심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국민안심병원은 코로나19 감염 불안을 줄이고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방문부터 입원까지 전 진료 과정에서 호흡기 환자를 다른 환자와 분리해 진료하는 병원이다. 2020년 4월 13일 기준 전국 344개 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별도로 관리할 뿐 아니라 병원 진입 전에 호흡기 증상, 발열 등을 확인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병원 내 진입을 막는다. 또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개인 보호구를 완비하고 철저한 위생을 지켜 다른 병실로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 방문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가를 내려 운영되는 전화상담 처방이나 대리처방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전화상담 처방과 대리처방은 과거 병원 진료기록이 있는 만성질환자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정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