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mium Life >신비롭고 전위적인… ‘패션의 미학’ 뒤집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0 봄·여름 컬렉션의 해체주의를 드러내는 디자인. 신세계 인터내셔날 제공

‘해체주의’ 정립한 메종 마르지엘라

미래적이고 독창적 디자인
정형적인 패턴 완전히 탈피
‘현대적인 우아美’ 드러내

라벨에 ‘0~23’ 숫자 나열해
여성복 ‘1’ 남성복 ‘10’ 구분

코트·드레스에 ‘트임’ 넣은
‘노마딕 커팅’ 다양하게 적용

젠더리스한 ‘스내치드 백’
‘타비 샌들’등 새롭게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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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 하우스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는 벨기에 출신 마르틴 마르지엘라가 지난 1988년 설립한 브랜드로, ‘해체주의’를 프리미엄 패션계에 정립시켰다. 그만큼 이 시대 가장 전위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마르지엘라의 세계는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현대적인 우아함을 드러낸다.

패션에 있어 해체주의란 정형화된 기존 디자인 방식, 규칙, 고정관념을 타파해 완전히 새로운 구조와 형태를 보여주는 디자인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옷의 조각조각이 몸의 실루엣을 따라 좌우 균형을 맞춰 일정하게 이어지지 않고 엉기성기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거나, 시침바느질 선이나 안감 등이 그대로 외부로 드러나거나 옷감 끝단을 마감하지 않아 실밥이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식이다. 남성성과 여성성도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이 같은 시도는 현대 남성 패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아 엄지발가락 옆에 틈새를 넣은 발바닥 디자인으로 만든 ‘타비 슈즈’ 등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프리미엄 패션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중고 옷을 분해한 뒤 재조립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는 방식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멍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디자이너 뎀나 그바살리아도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일하며 해체주의적 디자인의 영향을 받았다. 베트멍에서 중고 리바이스를 재조합한 들쭉날쭉한 라인의 청바지, 엄청나게 큰 상의 등이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가 2020 봄·여름 시즌 출시한 스내치드 백(맨 위부터)과 5AC 미니 토트백, 빅 페인팅 로고 티셔츠, 5AC 미니멀 버킷백, 모던 베이직 코튼 재킷. 신세계 인터내셔날 제공

마르지엘라의 신비주의 성향은 디자인뿐 아니라 패션쇼, 사업에서도 나타났다. 디자이너 개인의 명성에 기댄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려 패션쇼 피날레에서도 무대에서 인사하지 않았다. 브랜드 로고 역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 다르게 4개의 자수만으로 표현한다. 라벨 역시 0부터 23까지의 숫자를 나열한 뒤 제품의 특성에 맞춰 해당 숫자에 동그라미를 친 형태로 단순화했다. 예를 들어 여성복은 1, 남성복은 10, 가방 등 액세서리는 11, 신발은 22 등이다.

마르지엘라는 지난 2009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2014년부터 존 갈리아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보다 화려함이 더해진 메종 마르지엘라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갈리아노는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마르지엘라의 뜻을 존중해 메종 마르지엘라 패션쇼에서는 피날레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갈리아노는 이번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 디지털 시대에 대한 메종 마르지엘라만의 해석을 보여줬다. 정제되지 않은 무책임한 정보가 넘쳐나 왜곡된 사고를 하게 되는 현대인의 현실을 지적한다. 기억과 망각, 실제와 비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현대인에게 일침을 놓으며 깨어 있으라고 주문한다.

코트와 드레스, 티셔츠 등에는 수작업과 기계 장치를 통해 구멍들을 만들어 놓기도 했으며, 어깨와 허리 등 다양한 부분에 트임 디테일을 넣은 ‘노마딕 커팅’ 기법은 의상들이 과장되게 보이면서도 신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다.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의상부터 활동하기 좋은 점퍼 형태의 유틸리티 재킷까지 다양한 형태가 돋보인다.

이번 시즌 컬렉션의 소재는 클래식 남성복에 주로 쓰이는 소재부터 가벼운 ‘코튼 울’까지 다양하다. 색상은 블랙, 브라운, 네이비,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올리브, 모스 그린, 보르도까지 각양각색이다. 여기에 오트 쿠튀르 등 고급스러운 의상에 주로 적용된 그린, 오커, 시나몬 색이 의상의 품격을 한층 높여 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상징적인 타비 슈즈에서 새롭게 선보인 타비 앵클 스트랩 샌들 힐. 신세계 인터내셔날 제공

또 이번 시즌 ‘스내치드’(Snatched) 백을 새롭게 출시했다. 갈리아노는 스내치드에 자신의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Z세대 등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담았다. 젠더리스한 디자인의 이 핸드백은 다기능 공간 구획이 돋보인다. 백 앞쪽 손잡이는 메종 마르지엘라 특유의 구멍 디자인으로 장식됐다. 가방 줄을 다양하게 활용해 손으로 잡는 방식에서 벨트 백으로 색다르게 착용할 수 있는 등 스포츠웨어적 특성도 담았다. 또 어깨에 메 숄더백으로 연출할 수도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메종 마르지엘라를 대표하는 ‘5AC’ 가방 시리즈의 더욱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5AC 미니 토트백은 안감을 밖으로 빼서 연출하면 메종 마르지엘라의 상징적인 화이트 넘버링 로고 라벨이 보인다. 안감을 안으로 넣으면 클래식한 분위기로 변신한다. 라운드 톱 손잡이와 탈부착이 가능한 어깨끈으로 여러 가지 연출이 가능하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타비 슈즈에 여름 샌들 디자인을 적용한 ‘타비 샌들’도 처음 선보였다. 발을 잡아주는 끈과 안정감 있는 굽이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한다. 어디든 잘 어울리는 어두운 베이지, 블랙 색상 등의 천연가죽 제품이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