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소녀는 소원을 빌었다, 가족들처럼 청각장애인이 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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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 ‘나는 보리’

편견은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영화를 관람할 때도 그렇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으레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다. 청각장애인(농인·聾人)의 사연을 다뤘으니 등장 인물들이 불행해지는 큰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짐작한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 무겁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오히려 밝고 경쾌하다. 기존엔 ‘장애’를 무언가 결핍됐거나 주류에서 배제된 것으로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그런 시선을 뒤엎는다. 비장애인인 보리(김아송·사진)가 되레 소외되는 상황. 수어(手語)를 쓰는 가족과의 유대감을 위해 장애를 갖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다.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1세 소녀 보리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다. 아빠와 엄마, 남동생이 있지만 모두 농인이다. 초등학생 보리는 점점 말로 하는 대화에 익숙해지면서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등굣길에 매일 소원을 빈다. 자신도 가족과 똑같이 ‘소리를 잃게 해달라’고.

너무 간절해 보여서 어린아이의 철없는 소원쯤으로 웃어넘길 수가 없다. 누군가에겐 무엇보다 소중할 소리가 동질감을 원하는 보리에겐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사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그걸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지 않을까.

영화가 밝아 보이고, 은근하면서도 강한 떨림을 주는 이유는 보리를 연기한 김아송의 몫이 크다. 김아송은 200대의 1의 경쟁을 뚫었다. 김진유 감독은 2017년 여름부터 2018년 봄까지 6개월 이상 오디션을 진행해 김아송을 캐스팅했다. 보리처럼 천진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김 감독의 가족사도 이야기가 견고하게 설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김 감독의 어머니가 청각장애인이다. 엄마 역의 배우 허지나는 “영화 촬영 전 고사를 지낼 때 감독님의 어머니를 보고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어 영화임에도 시종일관 한글 자막이 깔린다. 수어가 나올 때 필요한 것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상징과 의미가 담겨 있다.

김 감독은 “‘나는 보리’라는 제목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나는 보리다’, 둘째는 ‘보리가 난다’, 셋째는 ‘나는 본다’는 의미”라며 “소외되지 않고 가족들과 가까워지려는 보리의 감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