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야동’ 볼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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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러브호텔 주변에 수상쩍은 인물들이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한쪽은 은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주차 중인 차량 대수 등을 체크했다. 특별법 시행으로 손님이 끊기면서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한 업소들이 늘어나자 영업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한쪽은 경찰로, 법률위반자 색출에 열정을 쏟았다. 그럼 여성가족부 예상대로 성매매는 사라졌을까. 그 답은 아마 담당 부처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매매가 디지털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물론 러브호텔의 대체재로 떠오른 고급 업소를 갈 만한 여력도 없거나 디지털에도 문맹인 사회적 약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차별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런 탓일까, 덕분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야동’이었다. 정부 내의 성인군자들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갑자기 불법도박이나 불법음란물을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밝혔다. 발표 하루 전인 11일 이미 해외 사이트 895건이 차단돼 버렸다.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거니 체면 불고하고 야동 볼 권리를 주장하기도 쑥스러웠을 것이다.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 아닌가. 하수구가 막히면 오물이 넘치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가장 큰 폐해는 ‘n번방’류의 출현일 것이다. 역시 정부는 신속했다. 속칭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등 3개 관련법 개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은 인터넷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색출하거나 접속 차단의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실효화하기 위해 해당 사업자는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끼리 야동을 주고받거나 비공개 블로그에서 혼자 감상하는 등의 행위가 모조리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개인 사이트에 야동만 있겠는가. 간직하고 싶은 사적인 정보는 물론 사회 네트워크까지 오롯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성범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사생활 사찰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민간 버전의 ‘디지털 공수처’ 아닌가. 이런 악역을 맡아야 하는 인터넷사업자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적 자유와 기업의 재산권 침해 우려까지 제기되는 이유다.